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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몇달 전에 '콜럼바인'을 읽었었다. 꽤 오랫동안, 집중해서 읽은 책이었다. 10년여 동안 기자가 콜럼바인 사건(두 명의 남자아이들이 자신의 학교에 폭탄을 설치하고 총기를 휘두른 사건)을 파헤친 다큐기록물이었다.
읽고 나서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해주었다.
이 책 '밤의 동물원'을 읽으면서 '콜롬바인'이 많이 생각이 났다. (이 책에서도 콜럼바인이 잠시 언급되기도 한다.)
'밤의 동물원'
조앤은 아들 링컨과 자주 동물원을 산책하곤 한다. 링컨과 함께 링컨이 꾸미는 이야기들과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동물들과 평온한 산책을 했다. 폐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에 조앤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링컨을 달래서 서둘러 동물원을 빠져나가려던 그 시각, 폭죽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 소리는 폭죽소리가 아니었다. 어두워지는 동물원 입구쪽 두 명의 남자가 라이플 총을 들고 있었고, 남자들 주위에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조앤은 본능적으로 링컨을 안아 껴안고는 달리기 시작한다. 가장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이 책은 동물원에서 인간사냥을 나선 남자들에게 살아남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로 조앤과 링컨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사실 범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나오긴 하지만 그렇게 크게 중요하게 취급되진 않는다. 나는 사실 그 부분이 좋았다. 어린시절이 어떻고, 학창시절이 어떻고, 부모는 어떻고, 성격은 어떻고, 뭐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사실은 그저 그 살인마가 자신과 같은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죽인다는 진실만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 이면에는 그 어떤 당위성도 없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조앤의 모습이 '히어로'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직 너무 어린 아들 링컨이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면 짜증이 나고, 쿠키를 소리내서 먹는 것도 짜증이 나고(속으로 너무 시끄럽다고 화를 낸다), 우연찮게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을 만나도 이들로 인해 자신과 링컨이 혹여나 범인들에게 들키지 않을까 초조해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앤은 한 사람의 인간이기도 하지만 링컨의 엄마이다.
'엄마'라는 존재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엄마'들도 많지만 말이다. 그것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그릇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그릇보다 더 큰 것을 담으면 결국 자신이 망가지기에 가장 작은 것만을 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만 가득찬 것이 아니어서 '모성애', '부성애' 등 일명 '사랑'으로 통칭되어진 것들이 존재하기에 차갑고 우울한 세상에 조금이나마 따뜻하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살만한 세상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방관자의 시점에서 조앤과 링컨을 보다가 어느 순간 조앤의 시점으로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조앤과 링컨이 가장 평화롭고, 안전하다고 생각한 동물원이 더이상 평화롭지 않고, 안전하지 않았다.
과연 이 세상에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 있을까?
한 인간이 램프의 요정 지니에게 소원을 빌었다.
'세상이 평화로웠으면'
다음날 이 지구에는 단 한명의 인간만이 남았다. 소원을 빈 인간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