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三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시와 그림이 함께 있는 책.

오랜만에 읽어보는 시와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니 고등학교때가 생각났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다닌 고등학교 시절에 (삐삐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 우리는 엽서에 열광했었다. 우표와 동전을 모으는 취미처럼 우리는 엽서를 수집했다. 학교앞 문구점에서 새로 나온 엽서를 차곡차곡 스크랩했고,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친구에게 이쁘지는 않지만 정성드린 손엽서를 건냈고, 때로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 당시에는 모방송국 별이 빛나는 밤에 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쁜 엽서전시회도 매년 했었다. 사람들의 솜씨로 만들어진 예쁜 엽서들은 모두 멋있고, 어여뻤다. 게다가 그 당시에 유행했던 또 한가지는 대학생들이 주점이나 카페에 휘갈겨쓴 시들과 낙서가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물론 유머와 풍자도 있었다. 지금도 가끔 주점이나 카페 벽에 낙서를 하게끔 하는 곳도 있지만 이제는 거의 포스트잇을 붙여놓는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건간에 그렇게 우리는 손으로 무언가를 남겨놓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물론 문화재에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하지만.)


여튼 그런 과거를 생각하니 그 당시에 많은 엽서에 시가 적혀있는 형태의 엽서도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 나는 작은 노트를 사서 시집을 읽고 좋은 시들은 필사해놓곤 했다. 다이어리같은 노트였는데 졸업할 당시에는 두권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졸업후 친구가 빌려달라고 해서 준 것이 아직까지 돌려받지 않게 되었지만. ^^;;


사춘기여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여서 그랬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당시에는 시집도 많이 읽고 에세이도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이 책을 읽노라니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

시를 읽다가 울컥 했던 기억이, 음악을 듣다가 왠지 모르게 슬펐던 기억이, 그림을 보다가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이미 세상을 떠난 시인들의 시와 역시나 세상을 떠난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그 많은 시간들이 덧없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시와 그의 그림은 오래도록 사랑받는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응축된 글의 아름다움과 한장의 그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치가 아닌가 한다.


이미 봄은 지나 무더운 여름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또다시 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런 것처럼 시와 그림은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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