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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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죽음'

누구나 '죽음'에 이른다는 것.

늦든 이르든 기껏해야 100년 남짓한 생을 살다 한줌 재로 변한다.

그래서일까? 그 오랜세월 수많은 권력자들은 '생(生)'에 집착했다. 불로장생을 얼마나 꿈꾸었는가?

이 집착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하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수많은 약들, 수많은 건강식품들, 수많은 의료...


과연 오래 산다는 건 '축복'이자 인간의 '꿈'일까?

이 물음에서 시작되는 책이 바로 매트 헤이그의 '시간을 멈추는 법'이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사십대로 보이지만 실은 살아온 세월의 시간으로는 400년이 넘게 산 톰.

그는 남들보다 15배 늦게 늙는 병?에 걸렸다.(마치 조루증의 반대처럼. 참 아이러니한 것이 어떤 이는 너무 빨리 늙고, 어떤 이는 너무 늦게 늙는다.) 게다가 병에 걸리지도 않는다. (누구나 꿈꾸는 궁극의 인간형이 아닌가?! 물론 그들-톰과 같은 인간이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존재한다. 앨버라고 스스로를 부른다. 그리고 그들과 반대인 우리는 '하루살이'라고 부르고-도 점점 나이(실제의 나이가 아닌 육체적 나이)가 들면 서서히 병도 생기지만)


톰, 그는 종교가 모든 이와 세상의 가치관을 지배하는 시기에 태어났다. 종교의 이름으로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시대. 그 마녀사냥으로 톰은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 어머니를 잃는다. (몇십년이 지나도 같은 얼굴을 유지하는 톰을 보고 어느 누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자신들은 늙고 추해지고 있는데 그만이 젊음을 유지하며 반짝인다면 두려움을 넘어선 질투심이 발생하지 않을까? 인간은 자신이 결코 소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집착은 무서울 정도이다. 결국에는 자신이 소유하지 못한다면 다른 이에게도 허용할 수 없다는 마음까지 가지는 것이 아닐까?)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던 톰은 로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 곳에 정착할 수 없었던 톰에게 로즈는 모든 것이자 삶의 이유였다. 그래서 너무 행복했지만 너무 불안했던 나날들.

로즈와 결혼한 톰은 딸 매리언을 낳고 살지만 그 시간은 오래지 않았다. 로즈와 매리언을 위해 결국 톰은 떠날 수 밖에 없었고, 그 오랜 세월 그들을 그리워하다 찾아갔지만 로즈는 전염병에 걸렸고, 딸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유는 매리언이 톰과 같은 '앨버'였기 때문이었다.

로즈의 죽음 이후 톰은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지만 로즈의 유언대로 딸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수많은 시간이 흐른 후 톰은 헨드릭(소사이어티라는 조직을 만든 그는 자신들의 위협으로부터 앨버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을 만나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된다. 헨드릭은 톰에게 딸 매리언을 꼭 찾아주겠다고 한다. 물론 여러가지 조건을 내걸었지만. 그 중의 한가지는 '사랑'이었다. 헨드릭은 톰에게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자신들이 이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 가장 불필요한 것이 '사랑'이라면서.

과연 톰은 사라진 딸 '매리언'을 만날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톰은 로즈와 사랑에 빠졌었고, 사랑을 했었다. 그 기억은 시간이 아주 오래도록 지나도 죽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톰은 다시 사랑에 빠진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사랑없이 살 수 있어요?"


아니. 사람은 '사랑'없이 결코 살아갈 수 없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람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결코 발전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유약한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사람이기에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한다.

그렇게 미래를 만들어간다.

톰이 그렇듯이.


'시간을 멈추는 법'에 시간을 멈추는 법은 없지만 책을 덮는 순간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순간 혹은 많은 순간 시간을 멈추고 싶은 순간이 어떠한 때인지를 깨닫게 한다.

판타지이지만 결코 판타지스럽지 않은 그저 한 인간이 살아가며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그 수많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그는 이제서야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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