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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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소세키의 풀베개 서두 중에서/p62 신의 카르테1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는 점점 병원에 가지 않게 되었다. 정말 너무 아프지 않으면 그저 하루하루 견뎌보거나 약국에서 약을 사서 먹거나 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어차피 병원에 가도 많은 환자들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고(참 재수없게도 점심시간에 걸리면 최소 3시간 이상은 기다려야만 한다.) 그 오랜 기다림 뒤에 진찰은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이다. 그리고 처방해준 약은 너무나 독해 하루종일 멍하니 있어야만 하거나 잠만 자게 만든다. 그렇다고 하루만에 낫지도 않는다. 결국 병원안가고 버티나 병원가고 버티나 그게 그거여서 정말 왠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내가 나이가 더 들거나, 혹은 큰 병이 생겨서 병원 신세를 어쩔 수 없이 지게 될 경우 난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을 선택해야할까?

내가 아는 병원과 의사 중에는 신의 카르테에 나오는 구리하라 이치토 선생도 없는데 말이다. ㅜㅜ


신의 카르테는 예전에 번역되어서 나온 작품이 다시 개정판으로 나온 작품이다. 총 4권짜리로 일본판 종합병원 같다는 느낌을 가졌다.

물론 우선 1권만 읽은 상태이긴 하지만.

치유계 선생 구리하라 이치토와 그의 피곤을 저멀리 날려버리는 사랑스럽고 강하고 현명한 아내와 곰같은 친구와 너구리선생, 여우선생, 그리고 열일하시는 간호사들까지 모두 이상적인? 병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에게 있어서 재정난과 인력난에 허덕여 피곤의 연속이겠지만 말이다.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인간'의 가장 좋은 치유와 구원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사랑'으로.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으로 마법처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사람이 태어난 그 발밑 흙덩이 아래 묻혀 있는게 아닐까?

나에게 그것은 최첨단 의료를 배우는 게 아니라 아즈미씨 같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나아가 아내와 함께 이 발걸음을 계속하는 것이다.

당연한 일처럼, 이전부터 결론은 줄곧 거기 있었던 것이다.

갈피를 잡지 못할 때일수록 멈춰서서 발밑을 향해 쇠망치를 휘두르면 된다. 그러면 자연히 거기서부터 소중한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이 그런 자명한 일을 잊어버리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어느새 발밑의 보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먼 곳을 바라보거나,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만이 옳다고 퍼뜨리는 세상이 된 것일까?

그러지 않을 것이다.

방황하고 고민할 때야말로 멈춰서야 한다.

강을 막고 산을 깎아 돌진하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다. 여기저기 묻혀 있는 소중한 것들을 정성껏 파내어 쌓는 것 또한 인생이다.]

                                                                           -p252~253 신의 카르테1


그냥 전문 기술자인 의사가 아니라 인의를 아는 의사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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