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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가무이민타라 - 아이누 말로 '신들이 노는 정원'
비대신 눈이 내리는 곳, 휴대전화는 모두 불통, 텔레비전은 난시청 지역, 사슴과 북방여우가 사람을 맞이하는 곳, 때론 곰도 출몰하는 곳 - 도무라우시에 미야시타 가족은 산촌유학 제도 심사를 받고 그곳에서 딱 1년만 살기로 한다.
중3인 장남과 중1인 차남, 초등학생인 막내딸과 작가가 그려내는 일년동안의 이야기이다.
읽는내내 그곳 도무라우시의 풍경과 이웃주민들과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따스함이 느껴져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지금 내가 어른이어서 억울할 정도로 부러웠다.(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그런 곳에서 보내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신선이 되는 곳인듯, 모두들 바르게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중2학년때까지 휴전선 근처 시골에서 자랐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한반에 20명 남짓한 시절이 아니었고(한반에 60명 정도였다. 그 시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넘어 아이들까지 모두 한 학교에 바글바글 지냈다. 또한 그 시대에는 아이들도 많았고. ^^), 지금처럼 체험학습이라든지 뭐 방과후 교실이라든지 아이들이 취미활동을 하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린 시절을 기분좋게 추억할 수 있었다.
지구온난화때문인지 혹은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내가 어렸을 적엔 겨울이 참으로 길었다. 게다가 춥기까지. 그래서 겨울에는 항상 귀와 손과 발에 동상에 걸린 아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은 우리에겐 너무나 신기하고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살던 작은 마을은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어서 봄에는 나물을 뜯으며, 여름에는 강에서 수영을 하고, 가을에는 추수의 기쁨을 동네 사람 모두 즐겼으며, 겨울에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탔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중학생때 이례적으로 폭설이 내렸었다. 1미터 넘게 내린 눈으로 마을은 고립되었고, 모든 소리도 눈에 묻혀버렸던 적이 있었다. 밤새 고요히 내린 거대한 눈에 밖으로 나가는 문조차 열리지 않았었다. 꼼짝없이 갇혀있는 우리집에 이웃집 누군가가 눈을 동그랗게 뚫고서(땅굴처럼) 문을 열어주었다. 마치 에스키모의 이글루처럼. 그렇게 밖에 나가서 본 풍경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마을은 온데간데 없고 온통 하얗게 뒤덮인 눈뿐이었다.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강인지 어디가 절벽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순간 눈을 잘못 밟으면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공포심마저 있었다. 물론 다행히도 며칠동안 날씨가 좋아서 금새 눈은 녹았고 동네 사람 모두들 눈을 치워 이전상태로 원상복구 되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보았던 밤하늘이었다.
그토록 찬란했던 밤하늘의 별들은 아마도 이제는 어느 공기좋은 외국이 아니고서야 볼 수 있을런지 알 수 없다.
정말이지 별들이 금방이라도 눈물보석처럼 뚝뚝, 소리내어 떨어질 듯 했던 밤하늘은 어디로 갔을까?
(그 자리에 있건만 인간의 욕심과 무분별함이 뿌연 하늘을 만들었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몇년 전만해도 봄에 황사때문에 고생을 했어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때문에 마스크를 썼던 적이 있었던가? 봄이면 아름다워지는 산들을 뿌연 공기로 뒤덮을 줄을 상상이나 했던 적이 있었던가. 이제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가 어쩔때는 증오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자만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까지고 자연이 우리 곁에서 기다려줄거라고, 오래된 친구처럼 다정하게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자연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 속 도무라우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고 길들여져서 살고 있다. 자연을 바꾸어서 편안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자연을 항상 경이롭게 바라보며 겸손하게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들의 삶은 행복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닐까?
[행복이란 아마 몇가지 형태가 있을 것이다. 크기도 하고 동그랗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기도 하고, 찌그러졌거나 색이 특이할지도 모른다. 그런 걸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된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 -p236
작은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 갇혀져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언젠가 휴식을 주고 싶다. ^^ (나의 어린 시절 환경이 얼마나 찬란한 보석같았는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서 이 책이 너무 고마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