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혹은 살인자 스토리콜렉터 62
지웨이란 지음, 김락준 옮김 / 북로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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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으면 머물러 있는게 아니니라.' -금강경 중에서


대학교수이자 유명한 극작가 우청은 일명 구위산다오 사건(연극 뒷풀이때 온갖 추태와 악담을 사람들에게 퍼부은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인생을 뒤집는다. 대학교수를 때려치고, 극작가도 때려치고 아내와 이혼하고, 집까지 이사한다. 그리고 사설탐정사무소를 작게 연다.

모든 것을 가진? 듯한 남자가 일순간 모든 것을 버리고 남의 심부름을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의기소침하고 자신을 부정하며 우울하게 지내지 않을까?

하지만 우청은 밝다. 비로서 자시의 천직을 찾은 듯이.

칸트처럼 매시간 비슷하게 살아가는 우청은 사설탐정다운 일은 '린부인'의 의뢰가 처음이다. 남편과 딸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본 린부인은 우청에게 사건을 맡기게 된다. 우청은 우연찮게 타게 된 택시기사 톈라이와 죽이 척척맞아 사건을 해결한다.(이책의 맛보기 사건이지만 흥미진진했다. 우청의 관찰력과 추리도 좋았고)

하지만 이 책의 본격적인 사건은 우청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우청이 사는 곳에서 전혀 서로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살해당한다. 그러다 경찰은 cctv를 조사하다가 두명의 피해자와 우청이 공원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우청을 연쇄살인범의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왜 '탐정 혹은 살인자'임을 알게 되었다.


우청은 이력도 독특하지만 성격 또한 독특했고, 병력 또한 독특했다.

범인 또한 우청과 비슷하게 강박증처럼 어떤 도형에 맞추어서 살인을 저지르는데 너무나 자신과 비슷한 범인으로 인해 우청은 과연 자신의 무고를 입증할 수 있을런지.


초반에 느긋하게 흘러갔던 시간은 중반부터 스피드하게 흘러가서 어느새 범인과 마주하게 된다.(물론 추리소설 독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채겠지만)


처음 우청을 강력한 범인 혹은 공범이라고 여겼던 왕 팀장은 우청에게 이런 말을 한다.


"...경찰 도움 없이 선생님 스스로 생각해 내야 하는 일이 한가지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점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어느 누구하고도 원한을 산 적이 없다고, 또는 금전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얽힌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도 마세요. 예전에 조사받을 때 누구에게도 폭력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죠? 나도 그 말은 믿습니다. 하지만 폭력은 꼭 신체에만 가하는 것이 아니에요. 무형의 폭력도 있죠. 무형의 폭력이 때로는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살인 동기라는 것도 그래요. 어떤 사람은 구체적이고, 어떤 사람은 추상적이죠. 어떤 사람은 바람피우고도 멀쩡하게 잘 살고, 어떤 사람은 무의식중에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봤다는 이유만으ㄹ도 구타당해 죽죠."

                                                               -p. 330 중에서


나는 이 왕 팀장의 말에 귀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쉽게 말을 내뱉는다. 하긴, 지금은 말을 하는 것보다 sns에 글을 남기는 것이 더 쉬울 지도 모르지만 모든 것을 통틀어서 자신이 내뱉는 말이라고 하자.


예전에 어느 사극 드라마에서 영조가 신하나 사도세자가 안좋은 이야기를 했을때 바로 내시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귀 씻을 물 달라"

그 당시에는 너무 독특한 발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 또한 무차별하게 망언을 일삼는 몇몇 권력을 가진 자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귀를 씻고 싶어진다.


항상 말을 할때에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서 해야하며, 정 그렇게 못하겠다면 차라리 말을 하지 말길.

사람의 마음은 여리디여린 살얼음같아 금방 깨지고 마는 것을.



너무 즐겁게 읽은 우청의 초보 탐정기 '탐정 혹은 살인자', 후속작이 나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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