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에 쏘옥 들어갈만한 크기의 책 한 권을 만났어요.
벌써 이 책이 세번째라고 하시던데,
그동안 나는 '왜 몰랐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라도 알게되어 더 반가운.
전작마저 모조리 다 읽고 싶은
그런 책을 만났습니다.
강세형 작가님은 라디오 작가로 10년동안
일하셨던 분이세요.
그래서 그런건지, 귀에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남다르고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챕터는 라디오의 한 코너 같기도 하고.
어떤 챕터는 내가 알던 사람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결국 내 얘기처럼 들리기까지 하는,
묘한 매력 때문에 손을 놓기 힘든 그런 책이었어요.
무엇보다 제목에 가장 많이 끌렸던 게 사실인데,
저는 제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이예요.
스스로를 의심하기 때문에,
사람들도 똑같은 기준으로 의심합니다.
결국엔 더 믿을만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죠.
특히, 신뢰를 중요시하다보니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이 책의 묘미는 결국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거짓인지
진실이고 허상인지
현실이고 꿈인지를
쉽게 구분짓기 어렵다는데 있어요~
어쩌면 그게 인생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또하나의 의심을 던져준답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23/pimg_7387931991314934.jpg)
그렇게 끊임없이 의심하다보면
청춘의 우리, 가 문득 어른이 되어있을거라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던져주시네요.
맞아요. 어른이 되는 나이는 과연 몇살일까요?
그렇게 정의내릴 수 있는 기준은 뭘까요?
우리가 원하는 어른다운 어른은
어떤 사람인걸까요?
끝없이 의심하고, 의심하다보면
내 안의 나를 더 알게되고,
내 안의 나와 더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전 자신과의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제일 부럽더라구요.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버텨내는 사람만이
한단계 더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어보겠습니다.
p. 255-256
누군가 말했다. 인간은 서로의 불행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 가는 동물이라고. 자신의 삶에 눈곱만큼의 불만도 없는, 정말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 나는 지금껏 만나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모두 힘들다. 각자 다른 이유, 다른 크기의 불행을 우리는 모두 갖고 있다. 그리고 털어놓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들의 불행을,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너도 힘들구나, 우리 같이 힘내자. 서로를 위로하며, 걱정하며, 독려하며, 함께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된다.
그래서 나는 바라게 됐던 것 같다. 다음 만남에선, 우리 모두 조금 더 작은 불행으로 투덜거릴 수 있기를. 나뿐 아니라 너의 불행 또한 작아져야, 나의 작아진 불행도 투정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다음 만남에선, 우리 모두 더 더 작아진 불행으로 투덜거릴 수 있기를. 그러다 어느 날은, 정말 시시콜콜한 얘기들로만 투정부릴 수 있기를. 그보다 완벽한 내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커다랗던 불행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어느새 우리 모두가 아주 작은 일로도, 나 요즘 이런 것 때문에 힘들잖아, 투정부리듯 볼멘소리를 하고 그러다 또 웃을 수 있는 내일. 나는 그런 내일을 꿈꾸곤 했다.
그런데 그런 내일이 더 멀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더 힘들어졌다. 그 누구도 선뜻 '나 힘들어'란 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없게 돼버렸다.너무도 큰 불행과 슬픔 앞에서. TV를 보다가도 왈칵 눈물이 났다. 그날 이후 우리는, 그런 세상에 갇혀버렸다. 시시콜콜한 투정은커녕 제법 큰 걱정, 제법 큰 슬픔, 제법 큰 불행조차도 삼켜야 하는 세상에. 너의 너무나도 큰 불행과 슬픔이 존재하는 세상에선, 나의 작은 불행과 슬픔은 투정의 대상은커녕 도리어 미안한 일. 나의 불행과 슬픔을 삼키며 그 자리를 이 말로 대신한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어두운 세상에 갇혀버렸다.
웃다가 욕하다가 힘들다고 진상 부리다 또 웃고, 그런 게 사는 건데....친구의 문자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다 나쁜데, 이게 제일 나빠. 아무도, 힘들다는 소리조차 못하게 만든 거.'
손을 뻗어, 내 자신과 적극적으로 화해하고
내 안의 나를 더 의심하면서
인생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픈
모두, 여전히 청춘인 우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