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스 킹!!!
김홍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라이스 킹/ 김홍/ 장편소설

 

29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이야기에 솔깃해서 읽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로 이어진다.

 

주인공 구천구가 평생을 산 동네. 구천구의 엄마인 억조창생이 사랑하는 동네. 전국구 무당들이 사는 동네. 이 동네에 배치 크라우드라는 사람이 킹 프라이스 마트만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치 크라우드의 본명은 박치국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 그는 절대로 팔 수 없는 것을 절대로 사지 않을 사람에게 팔아내는 사람이라거나, 아무것도 사들이지 않고서 모든 것을 팔아내는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배치 크라우드에 대한 초반부의 설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려갈 수도 있겠다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잠시, 실제 우리 현실 세계의 모습이나 사람들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이야기는 결국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안에서 펼쳐진다.

 


세계 최고의 장삿꾼인 배치 크라우드가 시골 마을에 킹 프라이스 마트를 오픈한다. 킹 프라이스 마트의 홍보 문구가 적힌 현수만에는 여기에 없는 물건? 천국에도 없어!’ 적혀있다. 모든 것을 파는 곳?

 

배치 크라우드는 그냥 장사꾼이 아니었다. 킹 프라이스 마트의 오픈 행사에는 EU 집행위원장까지 내빈으로 참석하였고, 미 국무부 장관과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대독이긴 해도 축사를 할 만큰 세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사실 여기까지 읽고는 배치 크라우드라는 사람을 얼마나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그리려는 걸까? 그가 왜 이런 작은 시골마을에, 무당 마을에 마트를 만든걸까? 호기심이 샘솟았다.

 

그런데 이어진 이야기는 나에게 이야기에 대한 기대? 예상? 따윈하지 말고 그냥 이야기를 따라오기나 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배치 크라우드가 그저 장사꾼이 아니라 위대한 상인이 된 계기가 되는 사건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나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이 이야기를 그저 뒤쫓아가게 되었다. 감히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냥 빨려들어가고 바라보게 되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전국의 ㄱ이 일거에 실종되었고, ‘계기ㅖㅣ로 써야하는 것이다. 이때 배치는 뭐든 사ㅗ 팝니다가 아니라 뭐든 사고 팝니다.’로 광고를 낸다. 즉 배치는 ㄱ을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배치에게 외환보유고의 절반에 해당하는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배치는 전 세계의 디아스포라 한인 커뮤니티와 접촉해 교토 자녀들이 쓰지 않고 방치해둔 ㄱ을 취합해서 전 국민이 백년 동안 쓰기에 넉넉한 ㄱ을 확보한 것이다.

 

이게 다 무슨 이야기인가? 따지지 말고 그냥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빠져들어야 한다. 현실의 논리를 들이대지 않아야 한다.

 

주인공 구천구의 엄마는 본명은 이진솔이나 서른살에 베드로 사도신의 내림을 받아 그때 창성창본 하여 스스로를 인천 억씨의 시조가 되어 억조창생이라는 새 이름으로 사는 무당이다. 그 능력이 매우 대단하여 정계 사람들이 그녀를 만나고자 줄을 섰다.

 

억조창생이 구천구를 킹 프라이스 마켓의 직원으로 취업을 시켜주었고, 그 동안 달리 직업없이 지내던 구천구는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다. ‘여기에도 없는 물건? 천국에도 없어!’라는 홍보문구와는 달리 마트 안은 텅텅 비어있다. 아무것도 없다. 배치 크라우더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을 돌려보낸다.

그가 주문을 받은 것은 이 동네 유일한 분식점인 미륵 떡볶이 할머니가 주문한 라면 다섯박스, 대상이 없는 복수, 견딜만한 불행 뿐이다.

 

천구의 엄마인 억조창생은 배치가 가지고 있는 베드로의 어구를 자신의 손에 넣기위해 스파이로 천구를 킹 프라이스 마트에 취직시킨 것이었다. 물론 천구는 처음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억조창생이 베드로의 어구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어부였던 베드로가 사용한 어구, 그걸 가진 사람은 어떤 선거에서든 53퍼센트의 득표율로 승리할 수 있다. 억조창생은 그 베드로의 어구를 이용해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그 베드로의 어구를 탐내는 사람은 또 있다. 위원회 사람들. 백종원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당선시키고자 하는 사람들.

 

배치 크라우더에게 정말 그런 신비한 베드로의 어구가 있는 걸까? 위원회 사람들이나 억조창생은 베드로의 어구를 차지하게 될까? 배치는 순순히 내줄까? 그 과정에서 구천구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그런데, 과연 이런 이야기들로 전개가 이어질까? 그렇지 않다!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스토지 자체에 엄청난 흡입력을 가지고 있어, 이야기의 생소함을 느낄 새도 없다.

 


이런 류의 소설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다 읽고 난 후 낯설지만 재미있는 세상에 잠시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게 바로 이거야!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만의 해석을 하게 된다.

 

구천구가 구³가 된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