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
밥 딜런 지음, 서대경.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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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번역의 완성도 문제가 아니다. 물론 눈에 띄는 오역들 많다. 하지만 그 전의 번역가들의 자질 자체가 문제다. 번역가들은 정말 형편없는 센스를 가지고 있고, 이런 사람들이 등단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문단의 시인이란 사실은 왜 한국 문학이 망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난 이 책 보면서 밥 딜런의 디스코그라피를 정주행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인터넷 브라우저로 밥 딜런 공식 홈페이지, 위키, 해외 가사 모음 사이트, 네이버 사전 이렇게 켜놓고서 계속 왔다갔다 해야 한다. 


 서대경 시인은 후기에서 "고백하자면, 밥 딜런의 노랫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기 전까지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의 노래 한 곡 온전히 들어본 적 없었다."라고 하는데, 직업으로서의 번역 활동을 할 것이라면, 차라리 제대로 된 번역가에게 일을 돌리거나 제대로 된 밥 딜런의 팬들을 위해서 포기하는 게 낫지 않았을지? 촉박한 일정에서도 도움을 줬던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하지만,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은 없는지? 그 촉박한 일정 속에서 과연 자신이 가사를 번역한 곡들을 들어보기나 했을지는 모르겠다. 정말 양심이 있으신 건지 물어보고 싶다. 


 하여튼 난 밥 딜런이 정말 좋은데, 이런 2류 3류 번역가들에 의해 오염된 밥 딜런의 가사는 사절이다. 이 책 검수과정까지 거쳤다고 하는데, 정말 출판계가 힘들고 제대로 된 인재가 1도 없으며 책 한 권 출판할 때마다 이름 올리는 사람들은 과연 무슨 일을 하기는 하는건지... 출판계 인간들은 사회 탓을 하기 전의 자신들의 그런 허접한 일처리를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닐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이런 책 산 내가 제일 바보고 멍청이다.


 밥 딜런에 대해서 정말 알고 싶다면, 4만원 주고서 이런 허접한 번역 책 사지 말고 당장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 가서 "Blonde On Blonde"나 "Blood On the Tracks", 혹은 "Love and Theft"를 들어봐라. 아마존에 가서 위의 음반들을 구입해도 된다. 어쨌든 이 책은 아니다. 라면 받침대로서라도 이 책이 쓸모가 있나? 책 커버가 종이 겉 커버인데 이게 별로 강해보이지 않는다... 정말 이 책 아니다.

"고백하자면, 밥 딜런의 노랫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기 전까지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의 노래 한 곡 온전히 들어본 적 없었다."
"그의 음악에 대한 무지 덕분에, 그의 노랫말들은 내게 처음부터 끝까지 ‘시‘였고, 시여야 했다. 그의 노랫말들을 철저히 문학 텍스트로서 읽고 옮겨야 한다는 내 결심이 옳았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p.1509 <-애초에 음악으로서 접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렇게 접근하지. 옳긴 뭐가 옳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 밥 딜런의 가사를 보고 듣다보면 그가 어떤 한 전통 아래 서 있단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듣고 읽고 보고 자란 수많은 음반과 책과 사회현상 들. 그는 그것들의 영향을 절대 부정하지 않는다. 마치 수많은 곡을 샘플링해 자기 곡을 만들어내는 DJ처럼, 그는 그 모든 기존의 문장들과 장르들을 뒤섞어 자기만의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낸다(한 예로 존 레넌 헌정곡인 <계속 나아가, 존(Roll on John)>에서는 존 레넌이 비틀스 시절 쓴 노래 세 곡의 가사와 윌리엄 블레이크 시 「호랑이<The Tyger)」의 두 구절을 직접인용하고 있다. 한번 찾아보시길). 영향받은 것들을 굳이 숨기지 않고 때로는 대놓고 표절을 감행하는 것, 거기서 예술에 대한 그의 자세가 드러난다고도 볼 수 있겠다. 예술은 그렇게 숭고한 것이 아니라는 것, 차라리 공공재에 가까운 것이라는 그의 생각이. 몇십 개가 넘는 절을 읽고 듣다보면 우리가 거기 무심코 하나를 덧붙여도 하나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 유구한 전통에 잠시 각자의 발을 담갔다 떠나가는 것일 뿐.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지만, 똑같은 것도 없다. 그렇게 예술

이란 비난의 땡볕 속에서 외로운 돌멩이처럼 마른 땅 위를 느릿느릿 굴러가는 것."p.1513
사회현상의 영향을 받아서 곡을 만드는 것도 DJ의 샘플링과 유사하다고 하는 것인지? 포크 음악의 전통을 따라서 선배 가수들과 문학가들의 문장을 인용하는 것이 과연 표절인지? 밥 딜런은 콜럼비아 사와 계약을 해서 만약에 원곡자가 있다면 다 크레딧을 줬고, 예로 든 가사도 그렇고 많은 가사들에서 "인용"을 한 것인데, 이것을 왜 표절로 몰아붙이시는지? 물론 밥 딜런의 가사 중 일부 구절들은 표절 논란이 있다. 이를 테면 2001년의 앨범 love and theft같은 앨범들. 하지만 그런 맥락에서 언급하진 않은 것 같고. 더군다나 예술은 그렇게 숭고한 것도 아니고, 공공재에 가까운 것이라니, 밥 딜런이 실제로 이런 말을 하긴 했나? 그저 번역가의 망상일 뿐이다. 혹시 최근 문단의 표절 논란에 대해서 문단의 소속자로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번역자로서 얻은 후기 페이지에 쏟아낸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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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7-2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지나가던 2021-02-07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용하신 부분 읽어보니 문제가 많네요. 돈 아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