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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평전
다니엘 살바토레 시페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로 잘 알려진 움베르토 에코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책들을 대거 구입했다. '전날의 섬', '미네르바의 성냥갑', '바우돌리노', '작은 일기',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미의 역사', 에코의 즐거운 상상 시리즈 등이 그것들이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는 예전에 읽었기 때문에 따로 구입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평전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한장을 제대로 넘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 에코의 글이 문장마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 책은 그러한 에코의 글들을 인용하면서 우리에게 에코를 이해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에코를 세가지 시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토마스 아퀴나스와 제임스 조이스를 탐구하였던 시기인 미학적 단계, 우리가 흔히 '에코'하면 떠올리게 되는 기호학의 단계, 그리고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으로 대표되는 문학적 단계이다. 그러나 이 세 단계는 저자의 편의에 의한 구분일 뿐, 에코는 그의 모든 저작물에서 그 누구도 따라잡기 어려운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이 세계를 거울처럼 비추며, 프리즘처럼 세계의 신비를 반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에코의 지식의 총체는 서구 문명 가운데 수천 년에 걸쳐 쌓아져 내려온 지식들에 대한 방대하고도 눈부신 종합이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각자 자신의 시대에서 동일한 작업을 행했던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혹은 헤겔 같은 이들의 뒤를 잇는 부끄럽지 않은 후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코 자신 고백하지 않았던가? 실베로 그가 행한 것은 토마스 아퀴나스에 대한 연구였지만, 그가 꿈꾸었던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되는 것이었다고."
내게는 방대한 지식도,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도 없기 때문에 이 책이나 에코에 대해서나 별로 할 말, 아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래서 이제 책을 덮은 지금, 나는 그의 가늠하기 힘든 지성에 존경을 보낼 뿐이며, 다만 그저 아무 것도 모른 채 '장미의 이름'을 읽던 그 때의 그 책을 읽는 즐거움만을 가지고 그의 글들을 읽어보려 한다. 그가 웃음을 주면 웃고, 생각하라면 그러는 척(?)하면서.
아! '장미의이름 작가노트'라는 책이 있다니까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런 다음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을 연달아 읽으리라. 이 세 권은 연작의 성격이라니까.
자, 그럼 '미의 역사'부터 잡숴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