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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하자 생각하자 그리고 그 생각을 쏟아내자
보통 씨의 글의 장점은 그가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 그는 현대적 의미의 철학자이며, 사변론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끊임없이 주변의 것들을 생각한다. 그림을 보면서 생각하고, 공항에 가서 비행기가 뜨는 것을 보며 생각하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동물들을 보며 생각한다. 그리고 고향을 생각하며, 혼자 밥을 먹으며 생각하고, 자신의 과거 한 순간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한편의 글로 자아낸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도 언제나 생각한다. 점점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TV를 보고 있는 것은 점점 고역이 되어간다. 그 속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없다. 그냥 따라가고 생각을 맡겨야 한다. 그게 너무나도 싫어져만 간다. 반면 책을 읽는 건 가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생각할 거리도 많고, 무한한 시간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그 생각을 많이 말하고 표현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가령 서너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가, 그 생각을 남들에게 말해줘야지라 맘을 먹으면, 어느새 이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생각을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그럴 때는 실망과 함께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힘껏 고개를 내민다. 내게 스쳐가는 단상을 모두 잡아내고, 기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희망한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생각을 단 하나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자신을 찾고 만다. 그저 공허한 단어들만이 문맥에 맞지 않게 둥둥 떠다니고 만다. 조금더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 있는 지우개가 '타임오버야' 라고 한마디 말을 하고 내개서 그 생각을 빼앗고 만다.
아~ 나도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글을 잘 쓴다기 보다는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다양한 시각과 생각, 느낌을 쏟아내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런 책을 읽을때면 부러움과 한편으론 시기심으로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내가 평을 짜게 주는 이유는 그 기분 나빠짐에 대한 표현이다. 덧붙이자면 이 짧은 분량도 맘에 들지 않는다.
'이봐 보통 씨. 나는 돈을 내고 당신의 책을 사서 보는 독자란 말이야. 그러니 빨리 더 당신의 생각을 보여달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