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왜 나는 그걸 생각하는가?

 그리고 왜 나는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가?

 삶은 영원하다. 한 사람은 태어나고, 있는 힘껏 살아가고, 그리고 죽는다. 죽음 이후의 삶은 흔히들 생각지 않기에 그리고 의미가 없을 수도 있기에, 삶의 순간은 매순간이 새롭고 영원하다. 힘껏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무엇인가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정말 희귀한 경험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자신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순간이 삶 속에서 흔한 일일까? 그 순간이 일생동안 과연 몇 번 찾아오게 될까?

 보통 씨가 말하는 것과 같이 정말 놀라운 확률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정말 놀라운 확률에 의해,(그리고 보통 아주 조그만 계기로 인해) 사랑에 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도 그렇기를 바란다. 그래서 끊임없이 물어본다.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 걸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걸까?' 하지만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앞서 삶이 영원하다고 했건만,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 개개인이 의식하는 영원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단 하나의 사랑만을 하진 않는다. 그리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음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필연이며, 사랑을 시작했으면 사랑을 끝맺는 것도 필연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은 이유는 그 과정이 우리의 삶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의 순간을 의미있게 만들고 싶어한다. 영원한 삶 속에서 어떻게든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내고 싶기에.

 그래서 나도 늘 묻는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왜 나는 당신들을 사랑했었지?' 그리고 '왜 아직도 사랑하는 거지?' 하지만 알고는 있다. 나는 사실 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단지 두렵기 때문에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이건데 말이다. '왜 나는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한 걸까?' '왜 니가 나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말았을까?'

보통 씨의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기분이 가라않는다. 하지만 슬프지는 않다. 왜냐하면 내게 주어진 영원의 시간에서 이런 걸 고민하지 않으면 대체 무엇을 고민해야만 하는 건지 알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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