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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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이 책의 저자는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국립법무병원은 치료감호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수용하고, 감호하며 치료하는 기관이기도 하고, 법원, 검·경찰이 의뢰하는 정신감정도 진행하는 곳이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에서는 국립법무병원에서 4년 넘게 근무하면서 저자가 직접 만나 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자주 듣던 질문들에 대한 답들을 담아낸 책이다.


         책 속에서 

정신의학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서 적어도 3년은 양육자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커야 한다고 설명한다. 제때에 사랑받지 못하면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곳 환자들에게는 바로 지금이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할 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고통 받고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나중에 어쩌면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또 가해자가 되면 그저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가정 폭력은 단순히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다. 주변의 누군가가 가정에서 고통받고 있는지 작게나마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이코패스는 유전과 양육, 두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 이런 결과를 통해 저자는 ‘어떻게 키우느냐’가 ‘범죄자가 되느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대개 자발적 음주에 의한 범죄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책임은 당사자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자발적 의지’와 ‘악의’가 필수 조건이다.


조현병 환자가 치료받지 않았을 때 증상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 범죄다.

모든 범죄는 그것이 가볍든 그렇지 않든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막는 법을 잘 알고 있다.

바로 그들이 적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치료감호소가 교도소 내에 있는 치료시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신과병원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규정하는 의사 대 환자 비율은 1 : 60인데 국립법무병원은 환자 수는 1000명 이상이고, 의사는 5명뿐이라서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율의 3배 이상의 환자들을 담당한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그렇다고 급여가 많은 것도 아니고 평균 임금 절반 수준에 미친다고 해 어지간한 사람들은 정말 엄두도 못내겠구나... 근무하시는 의사분들 너무 힘드시겠다... 개선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에서 치료감호법에 따른 국립병원 환자를 세 종류로 구분하며 정신질환 증상으로 인한 범죄가 성립되려면 어떤 것들이 충족되어야 하는지도 나와 있어 그동안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환자라고 처벌 수위가 약한거야?’하는 의문이 여전히 존재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해소된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선악 구별 가능, 현실 판단 가능한 사람이 자신의 딸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하고, 그것도 아내가 없는 시간만 골라 그런 미친 짓을 했다는 이야기, 술 마시고 딸을 강간하고 딸이 탄원서를 써주면 퇴원하는데 도움이 되냐는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을 했던 범죄자이자 환자 이야기를 읽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직접 들은 저자는 얼마나 어이가 없고 화가 났을지,,,

이렇게 어이가 없고 화가 나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유년기 양육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언급해주셔서 너무 좋았고, 가정폭력을 방관하고 그냥 지나치면 추후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PC방 사건’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많은 범죄자들을 보면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기억이 계속 내재되어 있다가 청소년기나 성인이 되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이들이 온전한 가정에서 가족들의 사랑과 지지를 듬뿍 받고, 제대로 된 훈육을 받았다면 올바르게 자랐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책에서도 나오듯 제때 치료를 받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야 남의 시선이 두려워 가지 못하고, 가더라도 의료기록 남지 않게 해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도 전에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본 적이 있는데 의사의 말이 현대인들 중에 정신질환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없다고 했다.

이렇게나 빠르게 발전하고, 개인주의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빨리 병원에 방문해서 진료 받고 적절하게 치료를 해주는 것이 훨씬 좋은 행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주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하곤 했다.

속담에 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저자의 범죄자이면서 환자인 그들도 제때 진료 받고 치료를 받았다면 분명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범죄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주변에 최소한의 관심을 가져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도 힘써야할 것 같다.


사회가 발전하는 만큼 범죄도 점점 지능화되어가고 범죄 연령도 낮아지고 있어 걱정이지만, 정신질환자도 증가하고 있어 너무 걱정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무섭고, 악마 같은 범죄자들이라는 생각이 컸는데 그들도 또 다른 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더 신선했고, 의사이자 작가인 차승민 선생님의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 몽실북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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