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야를 걷고 있는 그대에게 - 세상의 기준에 저항하고 하나님 나라를 창조하라 ㅣ 청년이 희망이다 2
김유복 지음 / 죠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어느 선배 목사님이 주신 말씀이다. “정 목사님! 지금 같은 시대에 교회를 개척하는 것은 광야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광야는 바라볼 것이 하나님밖에 없는 곳이지요. 그렇기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광야의 시간들을 허니문 타임이라고 부른답니다. 광야를 택한 것 참 잘한 것입니다.”나이 들어 교회를 개척한 후배목사에게 주시는 격려의 말씀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광야를 걷고 있는 그대에게”꼭 나에게 주는 책 제목 같았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청년들을 섬겼다는 말도 그렇고, 10여명의 대학생들과 교회를 개척했다는 말도 그렇고, 졸업을 앞둔 예쁜 대학생 딸이 있다는 말도 그랬다. 덕분에 집중력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부드러운 표지와는 달리 책은 첫머리부터 돋을새김을 한 글자처럼 강렬하게 다가왔다. “청년 다윗은 사울이 지배하는 세상에 저항했다. 그는 사울의 세상이 규정하는 대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사울처럼 되어가려는 유혹에도 저항한다. … 다윗은 저항할 뿐 아니라 창조했다. 그는 세상의 규정에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저항과 창조라는 말이 크게 다가왔고,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의 부제 역시 “세상의 기준에 저항하고 하나님 나라를 창조하라!”이다. 사실, ‘저항과 창조’야말로 개척 교회 목사의 일상이다. 날마다 세상이 규정하는 기준에 저항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창조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어떻게 저항하고 창조해 나갈 수 있을지를 저자는 총9장에 걸쳐 ‘저항정신, 상상력, 깨어짐, 다시 광야로’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이야기한다.
1, 2장에서는 다윗의 저항 정신이 잘 드러난다. 아버지도, 형들도 다윗을 아들이나 사랑받는 동생이 아니라 ‘하찮은’ 막내로서 양치기 노릇이나 해야 할 존재로 여기지만 이러한 세상의 규정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다윗의 모습이 압권이다. “높이 일으켜 세움을 받은 용맹한 전사(삼하23:1)”가 다윗이 가진 정체성이었다. 이렇게 세상에 의해 규정당하지 않는 정체성이 있었기에 골리앗을 넘어뜨리는 다윗, 그 허허벌판 광야에서도 헤세드의 공동체 아둘람을 세워가는 다윗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의 강요대로 순순히 살아가서는 안된다. 세상이 규정하는 것들에 대해 저항하고 저항하고 저항해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이야기 속에서 나를 정의하고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안개 속 같은 삶을 해석하여 사명을 감당할 수 있고 하나님 나라를 세워갈 수 있다.
4장에서는 저항과 창조의 방편으로 ‘승리를 위한 상상력’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다윗이 골리앗의 신화와 압도적인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던 것은 그의 일상을 통해 기도하고 노래하며, 묵상하고 찬미하는 가운데 형성된 ‘믿음의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상상력’소에는 골리앗이 아닌 하나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렇다! “신앙은 상상력이다.”눈앞에 보이는 골리앗보다 하나님의 임재를 더 생생하게 생각하며 느낄 수 있었기에 다윗이 골리앗을 단번에 날려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 손에 잡힌 몽당연필로서 광야 길을 걷고 있는 현장 목회자를 통해 다윗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은 우리에게 하나님 나라의 승리를 꿈꿀 수 있게 한다.
그 다음에는 “깨어짐”이다. 5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울이 미친 이유는 깨어지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자기 보호 본능을 넘어 다윗에게 창을 던지는 대신 칭찬과 격려를 퍼부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하지만 그는 자신을 깨뜨리기보다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를 깨뜨리려 하였다. 그 결과 그의 영혼은 악령에게 점령당했다.” 너무나 깨어지기 싫어하는 나의 본성이 마음에 확 와 닿는다. 하나님의 창조 역사에 쓰임받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그 분의 인생 조각도에 우리 자신을 맡겨드려야 한다. 최고의 거장이신 그 분의 손길 아래서 놀랍게 만들어질 궁극의 나 자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저자가 건네는 다윗이라는 인생 보약을 한 사발을 마신 기분이다. 힘이 난다. ‘다시 광야로 갈 수 있겠구나!’, ‘광야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