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인생경영론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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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인생이 있다. 그 수를 따지자면 장담컨대 지구상에 존재했던 인구의 숫자와 동일할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삶’을 사는 법은 정해져 있는 듯 하다. 놀랍게도 데일 카네기가 <인생경영론>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성공’한 60인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산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공의 기준은 ‘자산’의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겠지만, 더 이상 현대사회에서는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만큼 좋은 양육환경 속에서 수준높은 교육을 받고 자라난다. 부로 만들어진 높은 교육수준은 자산이 없는 이들은 뛰어넘기 힘든 격차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학벌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듯이 칭송받는다. 질 좋은 일자리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로 다시 채워진다.
‘성공’의 기준인 ‘부’는 이렇게 스며들 듯이 세습된다.

이러니 데일 카네기가 소개하고 있는 19세기, 20세기에 성공한 인물들의 삶이 21세기 독자들에게 완벽히 공감될 수는 없을 것이다. 60명 대부분이 흔히 말하는 ‘자수성가형’ 인물들이고 그중 몇 명은 시대적 운을 잘 타고난 탓에 부와 명예를 얻기도 했으니까. 이건 데일 카네기가 본문을 통해 이야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일 카네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성공했느냐이다. 그는 그것을 60개 삶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라고.

<데일 카네기 인생경영론>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나를 믿고 끝까지 가기
2. 인간관계, 모든 성공의 핵심
3. 돈을 인생으로 불러들이는 철학
4. 도전해야만 열리는 인생의 문
5. 성실이라는 기본기
6. 인생을 대하는 빛나는 태도들

목차만 봐도 참 뻔한 이야기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뻔함 인생에 적용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뻔뻔함이 필요하다.
제작 관계자가 연기와 외모가 촌스럽다고 하루아침에 해고를 시켜도 꿋꿋히 자신을 믿고 스타일을 유지해나가 결국 아이콘이 된 캐서린 헵번처럼, 상당한 부를 축척할 수 있었음에도 가난한 다수를 위해 주변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자신의 능력을 나누었던 퀴리부인과 톨스토이처럼, 전쟁 중에도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전쟁터에 위문 공연을 다녔던 밥 호프처럼 말이다.

성공 하기 위해서는 나를 질타하는 수백개의 손가락 앞에서도,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의 혼란 속에서도,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열악한 환경 앞에서도 뻔뻔하게 말해야 한다.
저 멀리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이 다가오고 있고, 나는 그날을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이런 ‘불운’ 정도는 전부 괜찮다고. 어차피 이 삶의 끝은 해피엔딩일 것이라고.

물론 가만히 있는 자에게는 절대로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데일 카네기는 함께 단언하고 있다. 성공하고 싶다면 추상적인 단어의 형태로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형태를 그려야 한다. 그리고 그 삶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책을 읽다보면 익숙한 이름에서 낯선 인생을, 낯선 이름에서 영감을 얻는 태도를 만나게 된다. 60명의 인물들 전부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개성파 배우를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마지막으로 데일 카네기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줄 것 같은 책 속 한 문장으로 마무리를 지어 보려 한다.

“평생 근심 걱정 없는 때는 한 달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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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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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끌려!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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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독에 취약한 사람이란 걸 인정하게 된 건 대학을 졸업한 이후였다. 왜 그 때가 되어서야 깨달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시점부터 내 주위를 감싸고 있던 울타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리라. 중독의 시작은 ‘상관없어’라는 마음이다. 이거에 빠져도 상관없어, 이거 때문에 할 일을 못 해도 상관없어, 나를 잃어도 상관없어… 내가 잃어버리고, 잃어버렸던 것들이 더 이상 상관없는 것이 아니게 될 때, 그제야 중독은 불편한 이물감이 된다.  


나는 10대에 제일 ‘중독’이라 말할 수 있는 증상이 심했던 것 같다. 학교는 나를 ‘문제 없어 보이게’ 만들어 주는 울타리였다. 그 안정감에 기대어 고삐풀린 듯이 지냈다. 사랑하는 것들이 적었던 나이인 만큼 지키고 싶은 것들도 없었다. 10대의 내가 들으면 열받아 하겠지만, 역시 10대는 중독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나이가 맞다. 

 

<자꾸만 끌려!>는 나처럼 중독에 빠진 5명의 10대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오라클> : 게임 중독


상진은 베타테스터로 <중독>이란 VR게임에 접속한다.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와 비슷한 살인마로부터의 탈출 게임 중독. 상진은 진짜처럼 느껴지는 고통과 공포 속에서 살인마에게 탈출하기 위해 목숨 건 미션을 수행한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게임 화면이 떠오를 정도로 추격하는 부분들이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었다. 

 

만약 세상에 <중독>과 같은 VR게임이 발매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중독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짜 고통’같지만 진짜가 아니기에 사람들은 현실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 느낄 수 있는 진짜같은 도파민체험. 이것만큼 중독적인 게 또 있을까.    


두 번째 이야기 <살이 찌면 낫는 병> : 다이어트 중독


현아는 친구를 따라 다이어트약이라 불리는 ‘나비약’을 먹고 살을 빼기 시작한다. 식단과 운동만 했을 때보다 원활하게 빠지는 살. 현아는 그러나 자신의 몸무게에 만족하지 못 한다.


‘프로아나’가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영양실조로 병원에 입원하고, 의사가 억지로 먹인 병원밥을 먹토 했다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원하는 건 보이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는 것이다.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여겨주는 세상의 모습을 원할 뿐이었다. 그러나 배고프면 너가 왜 배가 고프냐고 낄낄대고, 슬퍼하면 꼴 보기 싫다고 눈 흘기던 사회는 그들의 망가진 심신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세 번째 이야기 <우정은 동그라미 같은> : 관계 중독 


유일한 친구가 이민을 가면서 혼자 남겨진 하리. 그런 하리의 곁에 새로운 친구들이 다가온다. 털털한 성격의 나은과, 반대로 섬세한 성격의 서현. 그러나 홀수는 불완전한 법. 둘이 붙으면 하나가 남는 불편한 이 상황을 하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개인정으로 가장 공감이 많이 되는 작품이었다. 많은 학생들의 가장 큰 불안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그런 불안을 안고 지냈던 경험이 떠오르며 감정적으로 몰입하며 읽었다. 한 번도 그런 불안감을 ‘관계 중독’의 증상이라 생각해본적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다. 


네 번째 이야기 <형이 죽었다> : 인정 중독


정욱의 가족은 때이른 장례를 치렀다. 첫째인 인욱이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정욱은 무너져가는 가족을 살리기위해 인욱의 빈자리를 매꾸려 한다. 자신과 완전히 반대인 성향을 가진 형이었지만, 부모님의 상실감을 채워드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다 형의 여자친구인 미소가 나타나고, 처음으로 형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듣는다. 그리고 형의 유언장에 왜 자신이 언급되지 않았는지도. 


나는 농담으로 스스로를 ‘도파민 중독자’라고 말하고 다닌다. 사실 농담인척 하는 진담이다. 나는 정말로 도파민 중독이 맞다. 그 증거로 SNS란 SNS는 전부 하고 있으니까. 인정 욕구가 강한 나에게 SNS는 쉽게 인정욕을 채울 수 있는 도구다. 그러나 아직 내가 만족할만큼 인정 받을만한 성취가 없어서 그런가, 한 번도 채워진 적은 없다. 인정받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러나 그 감정 중독이 스스로를 망가뜨릴만큼 위험한 것이라면, 우리는 인정과 만족의 선을 어디까지로 정해야 하는 걸까?


다섯번째 이야기 <세계 다람쥐의 날> : 스마트폰 중독



우주 행성 중 한 곳인 ‘테크 시티’에 사는 서윤의 가족. 이름답게 신기술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새핸드폰 ‘에토스 나인’이 출시 되고, 행성사람들 모두가 핸드폰의 새로운 기술에 빠져든다. 하지만 에토스나인의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핸드폰 중독을 우려하며, 일주일간 강제 핸드폰 셧다운에 들어간다. 서윤은 7일간 무사히 핸드폰 없이 살 수 있을까?  


10대 때 우연히 <절망의 구>를 읽고는 김이환 작가님의 팬이 됐다. 핸드폰 중독이란 뻔한 이야기의 배경을 우주로 바꿔서 시작한 점은 정말 감탄이 나온다. 해외에서 지내보니 한국만큼 핸드폰 없이 살 수 없는 나라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가끔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한 거 같기도 하다. 테크 시티 사람들은 그래도 일주일은 버텼지만, 한국은 몇 시간도 못 버틸 거다. 그렇게 보면 이 나라는 이미 거대한 핸드폰 중독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중독자가 되어 버려서, 자신이 중독자라는 자각조차 하지 못 할 정도로 말이다. 


<자꾸만 끌려!>는 중독에 관한 새롭고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옴니버스라 한 편씩 부담없이 읽기도 좋고, 글도 유쾌하여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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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1 - 신을 죽인 여자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최재은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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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출판사의 예상치 못 한 흥행으로 내 동년배들은 어린시절, 삼국유사는 몰라도 그리스로마신화는 꿰며 살았다. 역시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그때 생겼던 관심과 흥미 덕분에 지금까지도 그리스로마를 다룬 서양 고전 미술의 학문적 이해나 해석에 대하여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때도 조기교육은 빛을 발했다. 작가가 유머처럼 던지는 신화적 표현과 서술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신을 죽인 여자, 로어』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제우스로부터 쫓겨난 아홉 신들과 그들을 사냥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아홉의 인간 가문의 싸움(아곤)을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이 싸움을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은 신을 죽인 인간은 그 신의 능력을 이어받아 다음 신이 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인간 세상을 조종하고, 경제권과 같은 실질적인 이득을 취한다는 부분이 작가의 상상력을 느끼게 해주는 지점이었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영웅적인 주인공은 필수적 요소다. 개인적으로 영웅은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강요받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계속 그가 영웅의 길을 선택하도록 뒤를 떠미니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로어도 같은 상황에 처한다. 본인은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계속 여기저기서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며 영웅 한 번만 되어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아주 난리도 아니다.

 

이 책의 분위기는 영화로 치면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 맨>과 유사하다. 특히 주인공의 행동과 발언이 비슷한 무드를 갖고 있다. 읽는 내내 ‘로어 얘 MBTI가 ENFP일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당연히 피터 파커의 MBTI는 ENFP다. 어쩌면 이게 미국 영 어덜트 장르 주인공의 기본 스탠스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 맨을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강인한 여주와 그런 강인한 여주를 동경했던 환골탈태한 남주와의 관계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비슷한 무드로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이 책은 부록으로 아곤의 배경이 되는 뉴욕 시내의 지도를 넣어준다. 혹시나 하고 표시 된 가게 이름 몇 개를 검색해봤더니 정말 뉴욕에 같거나 비슷한 이름의 가게들이 존재했다.

 

나중에 뉴욕에 가게 되면 『신을 죽인 여자, 로어』를 떠올리게 될 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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