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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1 - 신을 죽인 여자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최재은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2월
평점 :


한 출판사의 예상치 못 한 흥행으로 내 동년배들은 어린시절, 삼국유사는 몰라도 그리스로마신화는 꿰며 살았다. 역시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그때 생겼던 관심과 흥미 덕분에 지금까지도 그리스로마를 다룬 서양 고전 미술의 학문적 이해나 해석에 대하여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때도 조기교육은 빛을 발했다. 작가가 유머처럼 던지는 신화적 표현과 서술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신을 죽인 여자, 로어』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제우스로부터 쫓겨난 아홉 신들과 그들을 사냥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아홉의 인간 가문의 싸움(아곤)을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이 싸움을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은 신을 죽인 인간은 그 신의 능력을 이어받아 다음 신이 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인간 세상을 조종하고, 경제권과 같은 실질적인 이득을 취한다는 부분이 작가의 상상력을 느끼게 해주는 지점이었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영웅적인 주인공은 필수적 요소다. 개인적으로 영웅은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강요받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계속 그가 영웅의 길을 선택하도록 뒤를 떠미니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로어도 같은 상황에 처한다. 본인은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계속 여기저기서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며 영웅 한 번만 되어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아주 난리도 아니다.
이 책의 분위기는 영화로 치면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 맨>과 유사하다. 특히 주인공의 행동과 발언이 비슷한 무드를 갖고 있다. 읽는 내내 ‘로어 얘 MBTI가 ENFP일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당연히 피터 파커의 MBTI는 ENFP다. 어쩌면 이게 미국 영 어덜트 장르 주인공의 기본 스탠스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 맨을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강인한 여주와 그런 강인한 여주를 동경했던 환골탈태한 남주와의 관계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비슷한 무드로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이 책은 부록으로 아곤의 배경이 되는 뉴욕 시내의 지도를 넣어준다. 혹시나 하고 표시 된 가게 이름 몇 개를 검색해봤더니 정말 뉴욕에 같거나 비슷한 이름의 가게들이 존재했다.
나중에 뉴욕에 가게 되면 『신을 죽인 여자, 로어』를 떠올리게 될 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