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품절


우연(억지로 꾸며 낸 것이라 해도),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와 뜻밖에 마추지는 것, 살구의 맛, 한참 찾았던 책을 발견하는 것, 1년 중 이맘때의 황혼녘, 굴뚝을 타고 스며드는 바람 소리, 잠들기 전의 지극한 고요와 어둠,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예상치 못한 행복의 순간들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행복한 순간들도 있다. 별 일이 없는, 특별한 생각이 없는, 아무런 유쾌한 감정도 들지 않는. 원인 따위에는 아랑곳 않는 느낌. 조용히, 느닷없이, 압도해오는 느낌.

주변의 것들이 사라지는 이런 잔인한 변화에 화가 치민다.나이가 들수록 변화가 일어나는 속도는 빨라진다. 친구들이 사라지고, 풍경이 어질러진다. 친구들이 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좋아하는 곳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27쪽

-먼지를 털어내다 책에서 떨어진 종이 조각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오늘 밤 내 침대 옆에 있는 책
-내가 좋아하는 도시
-멈춰진 시간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
-떠날 수 없는 장소를 다룬 작품
-도달할 수 없는 장소를 다룬 작품
-순전히 거기에 깃든 일화 때문에 갖고 싶은 책들로 꾸며보는 '감상적인 도서관'-32쪽

내게 세이 쇼나곤의 <필로우북>에 대해 처음 말해준 사람은 실비아 오캄포였다. " 마음에 들 거야. 목록 만드는 것을 좋아하니까."-227쪽

...불면증을 주제로 글을 엮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얼핏 몇 가지가 떠오른다.
-"그는 옆으로 누워 잠을 청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불면증환자들이 이쪽저쪽, 두 쪽뿐인 자세를 시도해본 후 셋째를 열망하게 되는 그 참담한 밤에조차." 나보코프<닌>......-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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