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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아이
허혜윤 글.그림 / 눈물스펀지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하면서
슬픔을 배웠다.
사랑하는 그 순간부터
사랑보다 더 크게
내 안에 자리잡은
슬픔을 배웠다.
사랑은
늘 모자라는 식량
사랑은
늘 타는 목마름
슬픔은 구름처럼 몰려와
드디어 온몸을 적시는
아픈 비로 내리나니
사랑은 남고
슬픔은 떠나라
사랑해도
사랑하지 않아도
떠나지 않는 슬픔아
이 백치 슬픔아
잠들지도 않고
꿈의 끝까지 따라와
외로운 잠을 울먹이게 하는
이 한덩이
백치슬픔아
나는 너와 이별하고 싶다.
신달자 시인의 <백치슬픔>이라는 시이다.
<선인장 아이>란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이시가 내 머리속을 맴돌았다.
사랑이란 것에 대해서 어쩌면 이리도 내맘과 똑같이 썼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시를, 시집을 밤새도록 읽었던 그시절이 아련히 떠올랐다.
아직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저 밑바닥이 싸아해져 오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누군가 건드렸을 때처럼 온몸이 찌릿하게 아파온다.
내 젊은 날의 한 부분이면서도 애써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자꾸 나를
흔들어 놓는다.
사랑이란 것은 참 묘한 것 같다.
함께 있을 때는 이세상이 온통 다 내것같고 모든 시간이 우리를 둘러싸고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싸늘하게 식은 커피처럼 쓰고
마치 남처럼 등만을 보여 주며 돌아서 가기도 한다.
사랑이 남겨준 깊은 상처때문에 다시는 사랑같은 것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해보기도 하지만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랑에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며 이번엔 다를 거란 헛된 믿음에 모든 것을 걸어 보기도 한다.
언제나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마치 사랑에 목마른 사람마냥
사랑에 목숨걸고 사랑에 모든것을 걸며 그러다 철저한 절망에 몸부림치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선인장 아이란 제목부터 너무 슬프게 느껴진 책이었다.
내용을 읽어 내려가면서 어쩌면 이리도 내맘과 같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만
마음이 아려왔다.나이가 들어가도 언제나 사랑은 아픔이란 이면때문에
늘 힘들고 늘 어려운 것인가 보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랑이 10이라면 상대에게 7만 주고 3은 꼭 남겨두라고.
그래야 그 사랑이 끝나도 견딜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어찌 마음을 나눌수 있으며 어찌 마음대로 전부가 아닌 부분만을
줄수 있으랴.
오늘도 난 전부를 건 사랑을 한다.
물론 이젠 예전처럼 내가 준만큼 돌려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져 내 마음껏 사랑을 쏟아줄 뿐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알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