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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법칙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연약하고 용감한 딸입니다
클레어 비드웰 스미스 지음, 최하나 옮김 / 새움 / 2014년 1월
평점 :
소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단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일단, 저자의 경험담으로 기술되었고,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상실의 고통을 말이다. 엄마가 늦게 나은 딸이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40살의 엄마를 만났다. 당시 아빠는 57살이었다.
꽤 늦은 나이에 막내딸을 낳은 부모는 상상히 쉽게 가능할 정도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그러나 대학입학후 얼마 안되, 엄마를 암으로
잃고 만다. 그 때부터 가족 모두는 상실의 아픔에서 살아간다. 그 무게는 상실을 겪어본 자만이 안다. 엄마를 떠나고 나서 아빠를 알게 되었다는
점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서구 가정도 똑같다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던 장면이다. 아빠와는 서먹서먹해지기 일쑤고, 심지어 대화도 점차 단절된다.
저자는 그런 아빠를 알아가게 된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회고한다. 엄마를 사랑한만큼 엄마가 빨리 떠나서 다행이라고, 그 덕분에 아빠를 알게 되었고,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결코 아빠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거라며 말이다. 모순 같지만 이게 현실의 전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맞는
구석이 있어서 더욱 울림이 크다. 결국 그런 아빠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암은 정말 지독하다. 우리의 대부분이 암으로 죽는 것 같다. 이런
상실감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익숙해짐으로써 삶을 찾아가는 한 소녀, 여성의 이야기는 정말 내 이야기처럼 애잔하다. 상실은 피할 수 없다는 무게가
더욱 살갗에 와닿는 소설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에는 그 사람의 소중함을 모른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사별전문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일찍이 상실의 고통을 알았고, 이 고통을 삶의 무게에 맞춰냄으로써 많은 사람이 상실과 공존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우리를 사랑해줬던 사람과 잡은 두 손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아픔은 종교적 승화 외에는 삶의 철학만이 감싸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삶은 시작과 끝이 있는 잔치인 것이다. 끝나고 나면, 그토록 휑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쉽고 아파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