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공경희 옮김 / 책만드는집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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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부. 이 수치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의 출간고가 아닐까. 학창시절부터 줄곧 옆에 끼고 살았던 그의 책. 짧지만 뭔가 이상하리만큼 강한 매력을 풍기는 그의 시집은 언제나 탐구대상이었다. 대체 무엇이 같은 활자를 이렇게 다르게 만드는 것이가 하고 말이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예어자는 킬릴 지브란의 멋진 위용이 그대로 담긴 시집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과 그의 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엄청난 매력이 있지 않은가. 물론 영어로 가능한 일이지만, 일단 한국어로는 의미로나마 다가설 수 있으니 준비 작업은 마친 셈이다. 이 책은 시 같은 형태로 각 주제에 대한 예언자의 깨달음이 섞인 내용을 담고 있다. 대체 이렇게 깊이가 넘치는 글을 쓰려면 얼마나 세상을 관조하고 자신을 대상화해 객관적으로 삶을 동떨뜨려 봐야했을까. 엄청난 무게가 담긴 문장 하나하나를 읽노라면 그저 숙연해질 뿐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신에게 내 마음이 있다고 하는 대신, 내 마음에 신이 있다고 하는 게 낫다고 하는 그의 말. 도무지 일반적 시각으로는 풀어나올 수 없는 철저히 깊은 성찰에 한 줄 한 줄이 예술에 가깝다. 카릴 지브란도 예언자만큼 우수한 작품을 평생 더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 만큼 이 책은 그의 역량의 몇 배가 한 번에 분출된 대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하지만 우주 속 일부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분이 드는 묘한 책이고, 얼마 전에 관람한 인터스텔라의 묵직함이 텍스트로 다가오는 흥미로운 체험도 할 수 있어 너무나도 즐거웠다. 또 읽고 다시 읽어도 그의 이야기는 새롭게 다가온다. 푸근한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들어도 들어도 편안한 무엇이 있다. 그걸 칼린 지브란은 간파해낸 것이다. 현대판 성서라는 찬사가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사색의 색책와 깊이가 정말 남다르다. 최근 들어 각종 기교 넘치는 창의적 책을 많이 읽어 약간 느슨해진 성찰에 대한 갈망이 이 책으로 인해 다시 활성화된 기분이 든다. 인생,행복, 결혼 등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각종 굵직한 주제와 사건을 담담하지만 저 멀리 위에서 바라보는 인상으로 글을 쓴 칼린 지브란은 정말 천재이자 인생을 아는 철학자다.영혼이 깨끗해지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다시 읽을 때는 더욱 정결해지는 기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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