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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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는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케인즈의 일반 이론에 따른다면, 재정 효과를 낳기 위해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려야하고, 통화론적 관점에서 기업은 불황에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은행에 쌓인 통화를 적극 소모해 부채로 활용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버냉키가 멈춤을 선언한 양적완화가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한(혹은 전혀) 이유는 중앙은행의 화폐가 정부의 채권을 사는 용도로만 쓰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인이 하나일리는 없지만, 찍어내는 화폐가 시중에 돌아다니지 않는다면, 그건 아무 효과를 양산하지 못합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진 후 제로 금리(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썼지만, 한 때 거품 시기에 대출에 기대었다 크게 발등을 찍었던 가계와 기업 모두 부채를 기피해 화폐가 전혀 시중으로 나가질 못한고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에 잔뜩 쌓였습니다. 빚으로 지은 집은 레버드 로스라고 한창 성장기에 빚을 내 집을 사고, 구매한 집의 가치가 마냥 오를 것으로 예측해 시장 참여자 전원이 미친듯 투기에 빠져 폭탄 돌리기에 이르러서야 정신을 차립니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도 경상수지 흑자와 각종 산업 섹터의 청신호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미국은 세계대전 전에 급속하게 냉각된 경제가 세계대전 후 화폐의 유통이 대외적 변수로 말미암아 대거화되면서 현재와 같은 국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빚으로 지은 집은 바로 이런 때 생깁니다. 한국의 가계 부채는 펀더멘털이 빈약해서라기보다 2008년 금융 위기 전까지 거래소 주가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끝을 모르고 올라가고, 삼성전자의 국제적 부상과 흑자 잔치 전까지의 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금융 위기 후, 드디어 빚으로 지은 집이 과도한 부채로 다가온 것이며, 그 전까지는 성장에 기대어 화폐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신용을 최대화해 이용한 정황이라 일본과 미국의 추락 전 모습과 닮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빚과 집의 관계에 대한 경계적 고찰을 이끌어냅니다. 중진국 이상에서는 부동산이 항상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합니다. 근본적으로 거품이 끼어야 경제가 활성화되는 면을 띠므로 부동산의 운용이 곧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의 방향을 잡는 데도 엄청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가계 부채는 기업 부채와는 다르게 건전하지 않지만, 그 부채의 용처가 부동산이라면, 정책과 시장에 기대어 활황을 도모하는 방법도 우려만 하기보단 생산적인 접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긍정과 부정을 고르게 볼 줄 아는 능력을 함양하기에 이 책은 아주 위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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