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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경제 - 복잡계 과학이 다시 만드는 경제학의 미래
마크 뷰캐넌 지음, 이효석.정형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경제학을 과학으로 이끌어보려는 저자의 시도는 신선하다. 물리학 지식이 근간을 이뤄 책의 내용은 풍성하고, 경제 현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가 양념처럼 버무러졌다. 경제학은 미시든 거시든 양적 평형 상태를 기본 가정으로 상정한다. 극단적인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이는 극단이란 이유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다시 평형 상태로 이끄는 유인이 된다. 이런 관점은 이미 익숙하지만, 물리학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기본적으로 엔트로피, 열역학 제 3법칙에 따르면 모든 에너지는 결국 혼동을 일으키고 열에너지로 분산된다. 엔트로피의 절대적 신장은 결코 평형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도 마찬가지라는 뜻에서 저자는 복잡계를 논하며 경제학의 관습적 시각에 일침을 놓고 있다. 워낙 물리학과 경제학의 유용성이 높다보니, 이러한 조합도 뜻밖의 결과를 만들고, 수리적 감각을 요구하는 경제학 분야에 물리학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이유도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재미난 사실은 책의 말미에 소개된 인도의 한 청년 이야기다. 형과 함께 기차를 탔다가 그만 형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알지도 못하는 곳에 도착해 고아로 자라난다. 인도 어딘가에 그의 고향이 있고 어머니와 형이 살아있다. 그렇지만 워낙 어린나이라 동네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 정착했는지도 알 수 없다.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채 자라났고, 어느덧 구글어스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맞닥뜨렸다. 그는 인도에서 현재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기억하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기차 속도를 통해 동네의 범주를 좁혀간다. 그리고 그 일대를 구글어스로 찾아 1년을 관찰한 끝에 어렸을 때 놀던 폭포를 발견한다. 그길로 그 동네를 찾아가 어머니를 25년만에 재회한다. 이 이야기가 던지는 바는 너무나도 신선해서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내일의 경제는 복잡계에 대한 이해를 근간으로 하는 까닭에 약간의 물리학적 관심은 필요하다. 하지만, 오일러 식을 이해할 정도로 고수준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에 즐기며 읽을 수 있다. 아직도 날씨 예보가 틀리긴 하지만, 정확도가 많이 높아졌다. 바로 복잡계를 수용해 억지스러운 평형 상태 가정을 혁파했기 때문이다. 내일의 경제도 복잡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주가 붕괴를 맞출 수 있는 건 분석만이 전부는 아니다. 직감이 극비를 유출할 때도 있다. 평형 상태라는 이상적 상황에서만 벗어난다면 복잡한 형국에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