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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해부도감 - 건축가의 시각으로 잘 되는 가게의 비밀을 풀어내다 ㅣ 해부도감 시리즈
다카하시 데쓰시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정말 디테일하다. 초밥집의 규격에서 크게 놀랐다. 식사 시 가장 효과적인 거리, 주방장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테이블 높이 등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함 그자체였다. 가게를 주먹구구식으로 낼 게 아니라 이러한 과학과 경험칙에 의해 치밀히 준비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이 책에서만큼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가게를 시작하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다. 아니, 그 방법도 모르고 열면 무조건 되는 줄 알고 불나방처럼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이 책이 시기를 잘 만난 듯하다. 거리에는 온통 카페와 치킨집 투성이다.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럼에도 장사가 된다는 점이다. 시장 수요가 정점에 이르고 있다는 방점인데, 식음료 분야는 한 번 시작되면 끝을 모르고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까닭에 그리 문제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이 책에서처럼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시장에 접근하면 아무래도 실패 확률은 줄일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이 책이 너무나도 믿음이 간다. 정말 시의적절한 책이다. 건축학적 시각이 가게의 동선, 지역 마케팅, 점포 특성까지 감안해 이뤄지는 줄은 몰랐다. 건축가와 의뢰자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점은 이미 체험해서 알지만, 건축가가 이 정도로 깊이 알고 있는 경우는 솔직히 못봤다. 발상 파트에서는 더욱 놀랍다. 끊임없이 디자인에 신경쓰고, 음식을 섭식할 때 나오는 소리마저 마케팅의 일환, 즉 공간에 녹아드는 특수 체험으로 승화하는 저자의 안내가 너무나도 생경해 신기했을 정도다. 맛있는 것과 귀여운 것의 조명이라니, 이는 대체 얼마나 감성적인 건가. 거울에 반사되는 빛의 양에 따라, 또는 빛의 방향에 따라 귀여운 장소로 전환이 가능하다니 정말 이 직업에 대해 무한한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을 붙이는 방법도 총 6가지나 소개되어있다. 점포나 매장에서 마주하는 사건과 상황이 종합적으로 망라된 책이라, 얇다고 무시할 수 없는 내공이 있다. 주거 해부도감도 읽어봐야겠다. 역시 일본의 디테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새로운 영역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기분 좋게 독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