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평등 경제
토마 피케티 지음, 유영 옮김, 노형규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9월
평점 :
불평등의 초점을 다양한 경제 용어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흥미로운 주제였고, 과감한 주장이 불가피한 내용이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아주 급진적이거나 황당무계한 내용이 아닌, 경제학적 논리로 탄탄히 뒷받침되는 까닭에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한계생산성의 차이가 인적자본의 차이라는 점은 인정은 하지만, 인도만의 사회관에 의한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과 인도의 한계생산성 차이는 아무래도 과다포장된 면이 있다. 인도는 기저효과로 인해 미국 대비 58배 높은 한계생산성을 보일 뿐이다. 계량적 측면의 단속성을 생각하면, 실상 한계생산성은 아주 낮은 도약으로도 그 간극이 메워진다. 인적자본의 신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도의 문맹률이 현대 사회에 두자릿수라는 점은 비교 잣대로써의 가치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라민 은행도 등장하는데, 그라민 은행이야말로 인적자본에 기대 바닥에서부터 효용을 키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재정이전 효과를 강조하며 케인즈 식 효율적 재정 분배의 허상을 비판한 대목은 너무 짧아 아쉬웠다. 경제학이 케인즈에 의해 일반화라는 명목으로 현상을 아우르면서 어느 정도 비판은 제기될 수밖에 없었는데, 역시나 피케티도 케인즈를 건들고 갔다. 재정이전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의회, 정부 등의 줄다리기가 필요하고, 이렇다보니 경제학이 숫자가 아닌, 정치학의 표심 놀이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경제학적으로 논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불평등을 파헤치는 게 식상한 진보의 수단이 아닌 학문적 활동에서 비롯된 점을 빌어 배운 점도 많았다. 다만, 내용이 임팩트는 넘치나 많이 짧다. 프랑스어판으로 기회가 닿으면 읽어보고 싶다.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