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2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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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진지한 호흡이 담긴 톨스토이의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단편을 접하며 한 결울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 앞에 정처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는 느낌의 나를 발견했다. 러시아 작가들은 삶의 순환주기에 어느 정도 초탈한 까닭인지, (엄청나게 추운 겨울이 길고, 따스한 봄날과 여름은 만끼하기에는 좀 짧다) 어두운 분위기가 풍기며 대단히 사색 중심적이다. 그래서 러시아 문학을 좋아한다. 바쁜 일상에 풍요로운 날씨의 한국에서는 도저히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감정이라 더욱 이색적이고 인간의 이성의 100% 활용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천사의 답은 사랑이었다. 타인에 대한 무한한, 이타적인 사랑. 이것이 세몬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성찰이다. 내용과 인물은 상당히 단선적이다. 그 이유는 톨스토이가 가난한 자들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한 채 글의 스타일을 바꿨기 때문이다. 크림반도를 놓고 대륙의 지배자들 간 전쟁이 발발했고, 그 속에서 톨스토이는 전쟁의 참상을 몸소 체험하고 만다. 이런 계기가 작가로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된 건 사실이지만, 마음에는 새로운 고찰에 대한 추동이 끊임없이 활개를 펼치고 있었던 모양이다. 50대를 전후해 그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문체로 전환한다. 짧고 쉽다. 러시아의 언어 구조를 생각하면, 짧게 쓰는 건 오히려 더 어렵다. 역시 대문호답게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본인의 이상에 접목했다. 물론, 톨스토이가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할 정도의 무거운 인생을 산 건 아니다. 난봉꾼이었고, 사생활도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무거운 성찰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본인은 망가져도 된다고 생각한 건 대치되는 면이 없지 않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가장 울림이 컸고, 또 읽고 싶은 단편이다. 부활, 안나카레리나, 전쟁과 평화도 흥미로웠고, 딱 러시아풍의 소설이지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그보다 호흡이 짧아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톨스토이를 다시 만나 그의 글을 읽으며, 영원히 살아남은 톨스토이의 대단한 명성에 탐복하며 더 나이가 든 후, 그의 저작을 또 만나보기로 마음 먹었다. 점점 겨울이 오고 있다. 남은 가을을 사색과 함께 성장의 시간을 채우고 싶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면도 있지만, 당시 소설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점을 감안하면 가을에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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