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
레오나르도 콜레티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씨앗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창의력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그림이 많이 실려 있어서 사실 그림과 물리학 이론을 연결하는 시도자체가 상당히 아름다워 보였다. 물리학 이론은 워낙 많이 접했던 게 대부분이라 생소하지 않아 즐거웠고, 게다가 대중성을 염두에 둔 까닭인지 엄청나게 쉽게 설명했다. 심지어 그 복잡한 공식하나 없이 오로지 활자만으로 설명했다. 그림과 물리를 대변하는 두 명의 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인 이 책은 신선함이 돋보이는 구성과 소재 발굴에 일단 의의가 크다.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그림에서 불연속성을 발견하고 대입하다니 그저 놀라웠다. 물리학이라고 해서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이 주류를 이룰 줄 알았다. 혹은 원근법을 철저히 따른 그림들이 보일 줄 알았는데 제대로 빗나갔다. 클로드 모네에서 퍼텐셜을, 막시말리안 황제의 처형에서 피어오르는 총포의 연기에서 작용과 반작용을 발굴했다. 저자는 그림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림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연결성 있는 물리학을 골랐다. 황제의 처형은 사회의 작용과 반작용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권력의 주기를 보면 그렇다고 아니 할 수도 없다. 그런 차원에서 엄청나게 많은 명화 가운데 인상 깊은 그림을 고른 혜안에 감탄했고, 가벼운 대화에 숨겨진 물리학적 통찰력에 흥미로움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공식이 등장해도 상당히 유연한 미적 형태를 띠었을 것이란 점이다. 공식도 어찌보면 명화 못지 않게 비례미 혹은 생동감이 넘치는 형태를 지녔다. 머리속에서 자동으로 계산이 이뤄지는 역동성을 따라갈 그림이 또 어디있겠나 싶다. 마티즈나 폴록의 그림은 보고 있으면 눈이 돌아가고 유년기의 원초적 본능에 이끌려 다음 선과 동작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 그런 작용을 화폭으로 승화하여 대중과 교감하니 당연히 세계적 명화가의 반열에 오른 게 아닐까 싶다. 그림이 더욱 많이 등장하여 물리학에 대한 안착감을 보다 부드럽게 만들어주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역시 그림의 흡입력 때문인지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과 비례하여 그림을 더 보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이 책을 다 읽고 물리학도 한 차례 정리가 이뤄졌고, 게다가 이렇게 대단한 화가의 작품을 예상하지 못한 설명을 곁들어 접하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좌뇌와 우뇌가 동시에 들썩거리는 느낌이 일어 학습용 또는 쉬는 용도로도 최적의 책이라는 믿음도 강하게 굳어졌다. 시간날 때 또 한 번 틈틈이 꺼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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