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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 - 다산과 추사가 사랑한 초의 선사의 우리茶 기행
박동춘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초의의 차 사랑이 그 시대를 앞서 살아가던 이들을 연결지어준 일화들과 저자의 선사의 가르침을
이어가려는 사명감이 돋보인 책이었다. 이야기가 담긴 장소들을 소개해준 것도 감사하고, 우리가
인스턴트식 입맛에 길들여지면서 차츰 관심을 멀리한 우리의 전통 차에 꾸준한 관심과 사랑으로
오늘날의 한국 전통 차 문화의 명맥을 이어가준 점은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차분한 학자의 어조와
인문학적 시각, 그리고 인물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 구성은 읽으면서 동양의 읽기 맛이란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이 책은 완당 김정희와 정약용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흥미를 갖고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독자층의 확대에 한계점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훌륭한 선사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할 지도 역할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를 끓이면서 고려할 점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차 잎을
따는 시기가 맛에 바로 직결되는 줄은 몰랐다. 그 점을 확인하면서 정말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오늘날로 치면, 아주 값비싼 와인이나 동양의 차를 주고 받으면서
세상의 담론들을 논하는 선각자들의 모습이 예전의 김정희와 초의의 교류의 대목으로 다가왔다.
삶의 유한성을 알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들어짐을 알고 한번의 만남에도
큰 정성과 의미를 두었던 선사들의 태도가 남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서구식 종교관이 대세가 된
현재의 모습에 신물이 나던 내게, 선사들의 현세 초탈적인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모든 시간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적 난국을 타계한 현자들이 있었던 한국의
과거 모습도 사랑스러웠고, 초의의 인품과 혜안에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 대한 아쉬움
보단 사찰에 모형으로 전시된 완당과 초의의 인형 모형에 큰 실망을 하고 말았지만, 그를 통해
아직 한국의 전시 문화 및 서련미의 밑바닥을 확인한 계기가 된 것으로 충분했다. 사실 구석구석
다니다 보면,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창피한 인형 모형들이 도처에 많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청년들이 보면 혀를 찰 노릇이다. 인물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정성을 들이든지 아예 하질 말든지
할 일이다. 어렸을 때, 엉성한 인형을 전시해 놓은 민속촌을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아직도 가시질
않았다. 저자의 고생한 흔적이 역력한 이 책은 순전히 땀방울의 집약체라고 볼 만큼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