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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추운 겨울에 가장 고생하시는 분이 어머니일 것이다. 차디찬 물에 손을 담가야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는
고난하지만, 핏덩어리들을 위한 헌신. 어머니란 단어가 가진 위용은 사랑과 맞먹는다. 어쩌면 사랑의
구체적 표본이 어머니란 단어에 무한 함축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점은 어머니의 느낌은 시간이
지나도 영영 잊혀지지 않는다. 고결하고 정성스러운 그 손길과 세상의 출구였던 어머니는 누구보다 먼저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이어령 선생님의 6가지 은유는 어머니에 대한 향수와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소재다.
철없던 시절, 마지막으로 자신이 낳은 핏덩어리가 다리를 주물러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들을
불렀지만, 그게 귀찮고 힘들어 도망친 못난 자식은 며칠 후 그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게
어머니가 보낸 마지막 인사였다는 것을..
어머니에 대한 향취가 물씬 느껴지며 눈물샘을 몇 번씩이나 자극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출간에
엄청난 열의를 보인 이어령 선생님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표현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다양한 어휘 사용과 감성이 넘치는 필력은 연배를 잊은 듯하다. 어머니에 대한 그토록 놀라운 기억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들도 하나둘 글 속에 녹아있다. 생일이 두 개인 이유.
일제 시대에서의 경험 등은 어르신의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미래를 더욱 따뜻하고 알차게 만들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지평이 되어준다.
무엇보다 어머니란 소재를 읽으면, 우리 어머니가 다시 눈에 밟힌다. 나를 나아주시고 헌신적으로
사랑을 주신 분, 그런 분이 옆에 존재하고 나와 교감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모든 독자들도 같으리라.
시간은 길지 않다. 이어령 선생님의 순환론도 좋다. 그래도 곁에 있는 사랑을 마음껏 감사히 누릴 줄
알아야 순환론의 의미도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삶과 사회,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좋은 기회로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