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숲속 산사에서 오랜 명상을 하고나온 기분이 드는 오묘한 책. 마치 내가 선방에 있는 느낌의 그 소박하고 경건한 감취가, 전신을 아우르는 정결한 기분이 지허스님의 글을 읽으며 오감에 골고루 퍼졌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소재들이 무척 소소하고 친근하다. 물론 우리는 선방의 하루하루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 일면으로는 낯설고 멀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또 스님들의 언행은 때를 털어내려는 수행이라 멀게 느껴져서는 안됐다. 나를 비롯해 이 사회를 사는 우리는 한층 정결한 품성을 지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핵으로 인해 절을 떠나야 했던 스님에게 안쓰러운 마음에 모아서 준 돈은 푼돈에 지나지 않았고, 식사 조절을 철저히 하는 통에 대개 위장병을 안고 사는 모습에선 수행의 강도와 진정한 고행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간혹 들르는 월정사의 위에 있는 실존 절이라 더욱 친숙했고 마치 옆에서 스님들을 보는 듯 글을 읽었다. 일러스트도 고즈넉한 게 글의 분위기와 100% 맞아 떨어진다. 얇다는 게 오히려 묵직한 느낌을 준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누군지 모르는 스님의 글이라는 사실이 이 글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지허스님이 누굴지 궁금도 하지만, 그보다 고행을 실천하고 있는 스님들의 육체적 건강도 한층 나아졌음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