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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평점 :
도서: 공간의 기분
저자: 김종완
출판사: 김영사
직접적인 경험에 의한 상식적인 개념으로 상하 ·전후 ·좌우 3방향으로 퍼져 있는 빈 곳. 공간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이 내려지지만 사실 여러 학문에서 다르게 해석한다. 수학에서 말하는 형식적 공간도 있고, 물리학에서 말하는 실질적 공간이 있다. 우리가 직접 있다고 느끼는 구체적인 공간 등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간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재화나 사람 등 물리적인 존재를 담기도 하며, 공간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억과 시간을 담는 역할도 한다. 때문에 한 번 갔던 곳을 다시 가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이 있던 공간에 가면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공간에 가치를 불어넣어주는 이가 있다. 스스로 공간전략디자이너라 부르는 김종완이다. 그는 공간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그 안에 힘을 불어넣은 스토리를 『공간의 기분』에 담았다.
이 책의 저자, 김종완. 그는 브랜드 전략 및 공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이다. 그는 국내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기를 거부하고 어린 나이에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적응하고 또 유명 디자인 학교에 진학한다. 학교에서 많은 배움을 얻고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의 스튜디오에서 실력을 쌓아나갔다. 그러다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그만의 스튜디오를 차렸다. 그의 회사는 공간설계에 베이스를 두며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고 공간의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면서 설화수, 코렐, COLOMBO 등 많은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의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디자인 능력과 더불어 한 개인이나 기업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적절히 드러내는 브랜딩을 통해 많은 클라이언트로부터 신뢰는 받는 디자이너다.
책에서 저자는 공간디자인에 대해 배우고 고민해온 과거와 현재 그가 있는 회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 정체성은 깊은 고민 없이 트렌드만을 좇지 않고 공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담을 수 있는지에 달렸다. 책은 밀密, 명名, 점店, 전展과 같이 4개의 목차로 나눠져 있다. 첫 장 밀은 강아지도 즐길 수 있는 스파와 집무실 등 본인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객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 고객의 취향을 고려하고 많은 피드백과 수정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 간다. 명은 KUHO, COLOMBO, 신세계S와 같은 브랜드를 알리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기획한 장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으로서, 단순히 디자이너로서의 미적 감각 뿐만 아니라 브랜딩에 직접 참여하면서 기획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디자인 분야에서 통념을 깨는 파격에 주저하지 않는 저자의 모습이 돋보였다. 3장은 레스토랑과 가구 가게처럼 다양한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담겨있었고, 4장, 전은 디자인 전시에 참여한 그의 이력을 말한다. 그가 지금까지 작품을 만들어온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하기도 하고 그들이 공간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의도하는 과정이 새로웠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담긴 시안부터 결과물 사진까지 볼 수 있어 공간전략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쉽게 우리말로 쓸 수 있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외국어로 사용한다는 것과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전문가의 언어를 쉽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헤리티지나 프라이빗한, 니즈와 같이 우리말로 자연스레 표현할 수 있는 말조차 영어로 쓴 점이 개인적으로 신경이 쓰였다. 또한 디자이너로서 그의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로서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하지만 다소 전문적인 단어가 자주 나와 그 뜻을 찾아내느라 글의 흐름이 끊긴 경우가 많았다. 또한 많은 이들에게 공간에 대한 철학을 쉽게 알려주기에는 살짝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찾아가면서 공간디자인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게 접근할 수 있기도 했다.
최근에 도시가 발달하고 개인성에 대한 의식이 강해지면서 개인 공간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그 공간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집이 생활공간에 불과하였지만, 이제는 의식주를 초월하여 여가, 자기계발, 업무 등 쓰임이 많아진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쓰임에 맞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데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을 많이 해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단순히 타인의 공간을 그대로 따라할 수 도 없고, 전문가에 맡기기에도 부담스럽다. 결국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수 밖에 없다. 허나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인테리어를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공간에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비록 이 책이 저자가 가지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자신의 과정을 적은 책이기는 하지만 그와 비슷하게 공간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그를 위해 어떠한 공간적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인 것 같다.
90 모든 사람의 기억은 그 자신의 철학이 되고, 그것이 결국 공간의 철학이 된다.
105. 한국의 전통 문화예술을 하는 분과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드렸다. 젊은 감각으로 짠 틀에 마지막 터치는 명장님의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명장님께서 평생 본인의 이름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항상 협업이나 선생님들 아래에서 도움을 드리는 역할이었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지하철에서 울먹거리시며 전화를 주신 일이 기억난다.... 솔직히 브랜드에서 "디자인이 예쁘다, 잘했다,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들었던 것보다 선생님의 회한이 담긴 그 전화를 받았을 때 더 감동이 느껴졌다. 상업디자이너는 전통문화나 순수예술을 하는 분들을 밖으로, 사회로 일끌어주고 어떻게 더 많은 분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