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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
정경선.루트임팩트 엮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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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

저자: 정경선

출판사: 김영사


이 책에는 여러 체인지메이커를 인터뷰한 내용이 모여있다. 체인지메이커란 단어가 사실 익숙한 단어는 아니다.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다양한 사회문제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작은 변화를 통해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들이다. 이들은 미디어, 교육,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면서 임팩트(체인지메이커들이 사회 변화를 위해 창출해내는 긍정적인 영향력)를 창출하기도, 더 많은 임팩트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사실 이들의 활동은 쉽지 않다. 바쁜 일상 속 살아가는 이들은 다소 멀어 보이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자신의 영역 외의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하면서 자신의 생태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그들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다양한 체인지메이커를 인터뷰한 정경선 역시 한국 사회에 기지개를 펴고 있는 체인지메이커의 생태계를 세워나가는 체인지메이커이다. 그의 활동도 그렇지만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그가 모두가 아는 대기업의 재벌 3세라는 점이다. 그의 이력에 사적 이익에만 몰두할 것 같은 재벌이 사회적인 일을 한다는 사소한 편견도 생겼지만,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그 역시 소셜섹터(사회적 영역)에서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인터 뷰와 그 중간중간에 삽입된 글에는 그가 겪은 장애물과 고민들을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 답을 함께 찾으려 하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여러 체인지메이커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가장 의외이면서 신선했던 점은 ‘세상은 선의만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보조금이나, 시민의 기부와 같이 선의로만 이루어지는 행동들은 근본적인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투철한 선의를 가지고 소셜섹터에 도전했지만 안타까운 결과를 보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단순히 창업보다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준다.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오히려 선의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는 과거의 생각이 매우 짧았다고 느끼게 되어 허무하기도 했다. 또한 수많은 도전자들 중에서 살아남는 이들이 극소수란 사실에 이 영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적인 지원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미래도 보였다. 인터뷰에 등장한 이들이 지금의 일을 하게 된 배경이 참 다양했다. 학습 장애를 가진 아이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던가, 타국에서 취업난을 경험 삼아 구인 구직 플랫폼을 만든 이도 있었다. 다양한 이유와 다양한 분야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들이 주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다원화되어가고 있다. 상이한 가치를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가치들이 상충하면서 지금의 사회는 과거에 비해 더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2018년의 한국만 하더라도 예멘 난민 문제, 수많은 젠더 갈등, 카풀 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 등 꽤나 시끄러운 한 해였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상황은 체인지메이커들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갈등이 불가피한 사회에서 그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니 조금 걱정을 덜을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시대의 변화는 무척 빠르다. 변화에 적응이 빠른 청년세대조차 잠시 놓치면 완전히 뒤처질 수 있겠다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시대의 변화를 접하는 사람 중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변화에 뒤처지는 사람. 변화에 순응하는 사람.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이 책에 소개된 이들처럼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또한 어떻게 무릅쓰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 그런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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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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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년을 시골에서 살아온 '촌놈'이다. 조그마한 동네에서 나름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했다. 그곳 생활에 빨리 적응하고자 했다. 더 넓은 곳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도 많았다. 학업에도 신경 쓰려 했고, 대외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들은 나의 시야를 넓혀주기도 했지만, 그 넓은 세상에 고개 숙이게도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산처럼 커 보였고, 하늘처럼 높아 보였다. 나는 한낱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가득했다.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난 도피를 했다. 동굴 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거기서 만난 강세형 작가는 위로를 해주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에서 어른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일상 속 느끼는 감정을 세세하고 숨김없이 밝히며 나조차 잊고 살았던 나에 대해 생각해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 책인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를 통해 어른이 된 그의 또 다른 심경을 말한다. 저자는 많은 이들과 고민과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저자는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거나 특별한 일상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평소 일상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의 경험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는 10년간 일해 온 라디오 작가를 그만둔 뒤 글을 쓰는 생활을 하는 이야기를 한다. 거기엔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고민도 담겨 있고, 연애와 결혼을 시작한 주변인들에게 드는 다양한 감정들도 들어있다.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자유로우면서도 예기치 못할 상황이 펼쳐지는 그의 생활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청춘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는 이전 저서인 <나는 아직, 어른이 되기엔 멀었다>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른이 된 그의 이야기를 적은 이 책에서도 그 고민을 이어나간다. 50대 어른들 사이에서 느끼는 막내의 기쁨과 엄마는 여전히 강하고 자신이 따르는 선배도 여전히 엄마와 같기를 바라는 순수한 이기심은 참 솔직하다. 라디오 작가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서 글 역시 참으로 솔직하고 담백하다고 느껴진다.   

살아가다 보면 특별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매일 특별할 수는 없다. 또한 평범한 일상이 있기에 특별한 순간의 기억이 더 깊게 남는다. 또한 특별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모두가 특별할 수도 없다. 우리는 특별해지기 바란다. 평범한 일상은 지루하고 답답한 것이 되어버렸다. 평범한 사람은 그저 그런 사람 중 하나로 기억된다. 사실, 기억된다는 것도 흔치 않다. 나 역시 1등이 나의 목표이자 당위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특별하지 않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도 책을 출판하면서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답을 주지는 못할망정 걱정만 더하는 자신의 이야기들이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느리고 평범한 그의 이야기는 더욱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느리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성실하고 끊임없이 걸어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세상은 참 아름다울 수 있다.

​​
전 그렇더라고요. 똘기만 있는 애들보단,
똘기는 없어도 성실한 애들 음악이 더 좋더라고요.
그리고 참 다행인 건 많지 않더라고요. 똘기에 성실함까지 갖춘 애들은.
그래서 나 같은 사람도 계속 음악할 수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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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베스트레 지음, 린네아 베스트레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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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저자: 카타리나 베스트레
출판사: 김영사​​​




이 책의 제목인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임신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다. 이 책은 하나의 생명이 수정되어 출산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생명이 자라나는 모든 과정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소개한다. 저자는 엄마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남동생을 떠올리던 6살의 시선으로 돌아가 생명이 태어나는 모습을 관찰한다. 그 순수하고 맑은 눈으로 보는 생명 탄생의 과정은 온전히 태아에게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중요한지를 떠나 어른의 눈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과정조차 상세히 설명한다. 그 안에 임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물음에 쉽게 알지 못했던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들도 담겨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사실 뱃속 태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임산부를 위한 실용적인 내용은 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저 뱃속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작은 생명조차 엄청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40주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내 몸은 어떻게 진화하고 자라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의 실수만 있었더라도 우리는 현재의 모습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온전하게 하나의 생명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다.  

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받는 것에 익숙했다. 그러나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나이도 드시고 점점 힘들어하시는 엄마가 여전히 모든 것을 내게 쏟는 것이 불만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엄마의 관심은 나에게만 있었다. 나의 쏟는 것 반이라도 당신을 위해 썼으면 바랐다. 내가 엄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도 들기도 했다. 그러면 '태어나 준 것만으로 충분해.'란 대답뿐이다. 책에서 초록 쥐의 이야기가 나온다. 새끼 쥐의 줄기세포가 어미 쥐의 심장 주변에 이르고 심장마비로 손상을 받은 부위를 치료한다는 것이다. 나의 세포도 엄마 몸에 남아있다고 한다. 어쩌면 나의 태어나기 전 세포가 엄마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진 않을까 위안이 되었다. 그럼에도 날 이렇게 온전한 남자로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엄마를 위해 이제는 더 이상 세포만이 아니라 아들로서 더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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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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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저자: 강세형
출판사: 김영사​


'어른스러운 줄 알았는데, 넌 너무 애 같아.' 전 여자친구가 헤어지면서 내게 했던 말은 나의 내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3남매 중 늦둥이이자 막둥이로 자랐지만, '어른스럽다'라는 말이 익숙했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 나도 몰랐던 속마음을 숨기지 못했나 보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내가 사실은 어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지 어른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더 빨리 군 입대를 했다.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란 작은 희망을 가지고. 훈련소에 입소하고 주말, 복도에 놓인 책 중에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를 집었다. 단순히 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어른'이란 단어에 혹했다. 그럼에도 책에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책에 빠진 내 모습이 기억에 나 이 책을 다시 찾게 되었다. ​  

이 책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한 강세형의 글을 모아 만든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라디오 에세이가 소설과 에세이 사이에 놓인 글이라 밝힌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DJ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저자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에는 주로 저자가 청춘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민, 자신에 대한 회의감과 연애하면서 느끼는 쓴맛 같은, 청춘이라면 쉽게 느꼈을 감정들이 담겨있다. 다양한 책, 영화나 노래 가사를 인용하면서 그가 가진 풍부한 감정을 보여준다.  무겁지 않고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저자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방랑하기도 하고, 후회도 한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한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나름 인터넷과 함께 사회와 가까운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지만, 두 달에 한 번 휴가를 나갈 때만 해도 바뀐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 작가는 읽고 싶은 책을 찾기 위해 서점을 기웃거리지만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서핑을 하기도 하고, 알림을 통해 새로 나온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한정된 글자 내에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했던 몇 년 전과 달리 지금은 카카오톡으로 아무렇지 않게 친구에게 안부를 보낸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식습관도 바뀌었고, 생활습관 역시 매일 바뀐다. 트렌드와 유행이 바뀐다.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청춘을 살아간다. 불명확한 미래에 고민하기도 하고 지나간 사랑에 눈물을 흘리는 거는 시간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임을 깨닫게 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공감이 되는 여러 문구를 정리하려고 했다. 다른 이유보다도 이 책에 대한 나만의 기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글 하나하나마다 가슴으로 이해되고 꽂히는 구절이 워낙 많아 문구를 인용하기 힘들었다. 가장 공감되는 내용만이라도 추리려 했지만, 많은 글에서 내가 짧은 시간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이 그대로 적혀있어 고르기 또한 어려웠다.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하나로 이야기하기 힘든 책이었다. 이러한 감정과 살아오면서 가진 고민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다른 책보다도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꽂아놓고 생각날 때마다 읽고 싶은 책이다. 담백하면서 솔직한 감정을 적은 책으로 자극적이지 않아 흰쌀밥 같은 그런 책이었다. 매일 접해 먹을 땐 모르지만 잠시 일상에 치여 밥을 챙기지 못할 때 꼭 생각나는 고향 집의 흰쌀밥 말이다. 나는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매우 어색하다. ​

새내기 때 큰 어른만 같던 군필(?) 형들과의 술자리에서 듣던 말에 혹해 나는 이른 군 입대를 선택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어른이 됐냐는 물음에 답은 '잘 모르겠다.' 그럼 과연 내가 70일가량 남은 이 과정을 끝내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저자는 꼭 어른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답은 아닐 수 있다는 걸 말한다. 우리가 위안을 얻고 동경하는 어른이 된다는 건 불행과 고통에 지나치게 익숙해지는 것, 현실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어른이 되었을 때 과거를 회상하며, 젊음과 열정을 가졌던 그때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아이와 어른, 그 사이가 모호해진 지금, 어른이 되는 것에 집착할 이유가 있을까. 사실 무엇을 더 노력한다고 어른이 될 수 있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시간의 흐름에 달려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현재를 맘껏 즐기는 것이다. 

웃기는 영화를 보면 그냥 웃으면 된다.
슬픈 드라마를 보면 그냥 슬퍼하면 된다.
좋은 책, 좋은 음악을 만나면 그냥 그대로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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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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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공간의 기분
저자: 김종완
출판사: 김영사
직접적인 경험에 의한 상식적인 개념으로 상하 ·전후 ·좌우 3방향으로 퍼져 있는 빈 곳. 공간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이 내려지지만 사실 여러 학문에서 다르게 해석한다. 수학에서 말하는 형식적 공간도 있고, 물리학에서 말하는 실질적 공간이 있다. 우리가 직접 있다고 느끼는 구체적인 공간 등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간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재화나 사람 등 물리적인 존재를 담기도 하며, 공간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억과 시간을 담는 역할도 한다. 때문에 한 번 갔던 곳을 다시 가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이 있던 공간에 가면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공간에 가치를 불어넣어주는 이가 있다. 스스로 공간전략디자이너라 부르는 김종완이다. 그는 공간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그 안에 힘을 불어넣은 스토리를 『공간의 기분』에 담았다. 
이 책의 저자, 김종완. 그는 브랜드 전략 및 공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이다. 그는 국내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기를 거부하고 어린 나이에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적응하고 또 유명 디자인 학교에 진학한다. 학교에서 많은 배움을 얻고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의 스튜디오에서 실력을 쌓아나갔다. 그러다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그만의 스튜디오를 차렸다. 그의 회사는 공간설계에 베이스를 두며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고 공간의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면서 설화수, 코렐, COLOMBO 등 많은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의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디자인 능력과 더불어 한 개인이나 기업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적절히 드러내는 브랜딩을 통해 많은 클라이언트로부터 신뢰는 받는 디자이너다. 
책에서 저자는 공간디자인에 대해 배우고 고민해온 과거와 현재 그가 있는 회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 정체성은 깊은 고민 없이 트렌드만을 좇지 않고 공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담을 수 있는지에 달렸다. 책은 밀密, 명名, 점店, 전展과 같이 4개의 목차로 나눠져 있다. 첫 장 밀은 강아지도 즐길 수 있는 스파와 집무실 등 본인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객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 고객의 취향을 고려하고 많은 피드백과 수정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 간다. 명은 KUHO, COLOMBO, 신세계S와 같은 브랜드를 알리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기획한 장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으로서, 단순히 디자이너로서의 미적 감각 뿐만 아니라 브랜딩에 직접 참여하면서 기획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디자인 분야에서 통념을 깨는 파격에 주저하지 않는 저자의 모습이 돋보였다. 3장은 레스토랑과 가구 가게처럼 다양한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담겨있었고, 4장, 전은 디자인 전시에 참여한 그의 이력을 말한다. 그가 지금까지 작품을 만들어온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하기도 하고 그들이 공간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의도하는 과정이 새로웠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담긴 시안부터 결과물 사진까지 볼 수 있어 공간전략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쉽게 우리말로 쓸 수 있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외국어로 사용한다는 것과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전문가의 언어를 쉽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헤리티지나 프라이빗한, 니즈와 같이 우리말로 자연스레 표현할 수 있는 말조차 영어로 쓴 점이 개인적으로 신경이 쓰였다. 또한 디자이너로서 그의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로서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하지만 다소 전문적인 단어가 자주 나와 그 뜻을 찾아내느라 글의 흐름이 끊긴 경우가 많았다. 또한 많은 이들에게 공간에 대한 철학을 쉽게 알려주기에는 살짝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찾아가면서 공간디자인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게 접근할 수 있기도 했다.​
최근에 도시가 발달하고 개인성에 대한 의식이 강해지면서 개인 공간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그 공간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집이 생활공간에 불과하였지만, 이제는 의식주를 초월하여 여가, 자기계발, 업무 등 쓰임이 많아진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쓰임에 맞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데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을 많이 해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단순히 타인의 공간을 그대로 따라할 수 도 없고, 전문가에 맡기기에도 부담스럽다. 결국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수 밖에 없다. 허나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인테리어를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공간에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비록 이 책이 저자가 가지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자신의 과정을 적은 책이기는 하지만 그와 비슷하게 공간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그를 위해 어떠한 공간적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인 것 같다.
90 모든 사람의 기억은 그 자신의 철학이 되고, 그것이 결국 공간의 철학이 된다.


105. 한국의 전통 문화예술을 하는 분과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드렸다. 젊은 감각으로 짠 틀에 마지막 터치는 명장님의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명장님께서 평생 본인의 이름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항상 협업이나 선생님들 아래에서 도움을 드리는 역할이었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지하철에서 울먹거리시며 전화를 주신 일이 기억난다.... 솔직히 브랜드에서 "디자인이 예쁘다, 잘했다,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들었던 것보다 선생님의 회한이 담긴 그 전화를 받았을 때 더 감동이 느껴졌다. 상업디자이너는 전통문화나 순수예술을 하는 분들을 밖으로, 사회로 일끌어주고 어떻게 더 많은 분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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