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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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년을 시골에서 살아온 '촌놈'이다. 조그마한 동네에서 나름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했다. 그곳 생활에 빨리 적응하고자 했다. 더 넓은 곳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도 많았다. 학업에도 신경 쓰려 했고, 대외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들은 나의 시야를 넓혀주기도 했지만, 그 넓은 세상에 고개 숙이게도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산처럼 커 보였고, 하늘처럼 높아 보였다. 나는 한낱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가득했다.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난 도피를 했다. 동굴 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거기서 만난 강세형 작가는 위로를 해주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에서 어른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일상 속 느끼는 감정을 세세하고 숨김없이 밝히며 나조차 잊고 살았던 나에 대해 생각해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 책인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를 통해 어른이 된 그의 또 다른 심경을 말한다. 저자는 많은 이들과 고민과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저자는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거나 특별한 일상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평소 일상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의 경험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는 10년간 일해 온 라디오 작가를 그만둔 뒤 글을 쓰는 생활을 하는 이야기를 한다. 거기엔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고민도 담겨 있고, 연애와 결혼을 시작한 주변인들에게 드는 다양한 감정들도 들어있다.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자유로우면서도 예기치 못할 상황이 펼쳐지는 그의 생활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청춘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는 이전 저서인 <나는 아직, 어른이 되기엔 멀었다>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른이 된 그의 이야기를 적은 이 책에서도 그 고민을 이어나간다. 50대 어른들 사이에서 느끼는 막내의 기쁨과 엄마는 여전히 강하고 자신이 따르는 선배도 여전히 엄마와 같기를 바라는 순수한 이기심은 참 솔직하다. 라디오 작가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서 글 역시 참으로 솔직하고 담백하다고 느껴진다.   

살아가다 보면 특별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매일 특별할 수는 없다. 또한 평범한 일상이 있기에 특별한 순간의 기억이 더 깊게 남는다. 또한 특별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모두가 특별할 수도 없다. 우리는 특별해지기 바란다. 평범한 일상은 지루하고 답답한 것이 되어버렸다. 평범한 사람은 그저 그런 사람 중 하나로 기억된다. 사실, 기억된다는 것도 흔치 않다. 나 역시 1등이 나의 목표이자 당위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특별하지 않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도 책을 출판하면서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답을 주지는 못할망정 걱정만 더하는 자신의 이야기들이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느리고 평범한 그의 이야기는 더욱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느리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성실하고 끊임없이 걸어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세상은 참 아름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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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렇더라고요. 똘기만 있는 애들보단,
똘기는 없어도 성실한 애들 음악이 더 좋더라고요.
그리고 참 다행인 건 많지 않더라고요. 똘기에 성실함까지 갖춘 애들은.
그래서 나 같은 사람도 계속 음악할 수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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