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하프 위크 에디션 D(desire) 3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지인의 문자 한통이었다. 이 책을 언급하며, 한 구절을 보내줬는데 문장을 읽는 순간 '헉!'이라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 진짜 이런 내용이 있냐고 되물었고, 지인은 읽기 힘들다는 내용을 보내왔던 것 같다.

얼마나 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순전히 호기심 99%로 책을 빌렸으니 말이다. 예전에 내가 영화 '나인 하프 위크'를 봤을 때는 그들의 사랑이 참 아름다웠다, 고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책 속에도 그런 내용이 있겠거니 막연히 생각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무엇인지 정의라도 내리는 듯,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한주 한주 더해갈수록 점점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버린다.

<점심 식사가 전환점이었다. 내 생활은 정확히 양분되어 있다는 것이―두 사람 다에게―명확해졌다. 낮과 밤, 그와 함께와 따로. 그 둘을 뒤섞은 것은 실수였고 위험할 수도 있었다. 며칠, 몇 주일이 흐르면서 내 삶의 두 부분은 점점 완전한 균형을 이루어갔다. 우리의 밤이 더 분명하고, 집중력 있고, ‘환상적’일수록, 내 직장 생활도 더욱 환상적이 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직장생활에 완벽한 커리어우먼인 그녀는 그에게 완전히 '길들여'진다. 완벽하게 사회생활을 하고는 집에 돌아와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목욕부터 식사까지 여자의 모든 수발을 남자가 들어준다. 이 어구가 환상적으로 들리겠지만 단, 여자는 수갑으로 두 손이 완전히 묶인 채다.

더 큰 쾌락을 얻기 위해서는 더 큰 고통이 따랐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뿌리치지 못한다. 책을 내던져버릴까하던 찰나, 여자가 크게 아팠던 상황이 펼쳐졌다. 여자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와 극진하게 간호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이런 모습에 여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겼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의 결말을 향해갈수록 자신의 쾌락을 위해 여자를 극한까지 몰고 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여자를 따라 크게 소리 내어 울고 싶어졌다. 여자의 쾌락을 따라가기엔 그녀의 정신이 튼튼하지 못했던 것에 감사해야하겠지. 그녀의 멈추지 않는 울음에 나인 하프 위크동안의 폭력이 멈춘다.

이런 사랑도 있을까? 어느 한쪽에게만 집중되는 폭력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이런 관계 또한 사랑이라 부르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내가 아직까지 '사랑'이라 부르는 관계는 서로를 위하고, 아끼고, 보살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극한의 폭력 속에서 겨우 얻을 수 있는 한 줌의 쾌락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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