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레드북 - 100명의 솔직한 초경 이야기 '여자는 누구나 그날을 기억한다'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엮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요 빨갛고 귀여운 표지를 가진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나는 책을 받으면 표지를 앞에 놓고 유심히 바라보는 편이다. 책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표지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는데, 그 안을 넘겨다보고 있노라면 책이 내게 거는 속삭임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 리틀 레드북'을 받아들었을 때는 좀 더 오래 바라본 편이였는데, 수많은 이야기를 내게 걸어왔기 때문일 거다. 할머니부터 학생까지 여러 세대의 100여명이 자신의 솔직한 첫 경험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이 책이 좀 더 특별할 것이다. 도대체 이 책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가득할까?





하나.
나는 또래보다 초경이 좀 더 빨랐다. 내가 초경을 했을 때 엄마는 축하보다는 근심이 더 많았다. 또래보다 빨랐기 때문에 걱정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 역시 내가 여자가 됐다거나, 이제 성숙했다는 생각보다는 겁이 더 났고, 무서웠던 생각만 난다.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한국의 수많은 여학생들이 그렇듯이 불규칙한 생리주기나 혹은 생리통 때문에 고생했던 경험이 늘 머릿 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고통을 이해해주기 보다는 수업을 빼먹으려는 꾀병으로 넘겨짚기 일쑤였고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빨간 손님은 친구들끼리만 은밀히 공유하는 밤손님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둘.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손님에 대해 호의를 가지게 된 것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부터였다. 비록 문화가 다르지만 수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문화로 딸의 초경을 축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터너증후군' - 월경을 하기 전에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초경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점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나는 몸이 정상적인 평범한 열두 살이나 열세 살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병원을 찾는 수많은 여자 아이들은 엄마의 손을 잡고 온다. 모두들 걱정 근심이 가득하다. 책에 등장한 터너증후군을 발견한 여자아이부터,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는 여자아이까지 모두 초경이 없어 병원에 갔다가 자신의 질병을 발견한 경우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초경을 맞고, 여자가 되고, 아이를 가질 자궁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경우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손님을 싫어하고 쫓아내려 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었는지 깨달았다.





셋.
시간이 갈수록 잊혀지는 게 사람의 기억이라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처음을 기억할 것이다. 무척이나 당황스럽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내 자신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그런 경험 - 그건 장차 아이를 낳고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사람만 느끼는 다양한 경험이리라. 이젠 아이에서 여자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조금 더 내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그런 경험이 되어야 하지만 아직도 많은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초경을 부끄러워하고 감추고만 있다. 가족 모두가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여야하지만 부족한 교육과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아이의 초경을 감추게만 만들어 버린 것이다.





현재 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으나, 내가 학교 다닐때만해도 성교육은 그저 쉬는 시간에 불과했다. 다 알고 있고, 뻔히 아는 내용을 되풀이 하는 수업 - 그런 수업은 아이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 책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건 어떨지. 그리고 어떻게 패드를 써야하고 템포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게 더 유익하지 않을는지. 포털사이트에 넘쳐나는 잘못된 지식보다는 먼저 초경을 경험한 어른들의 지식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초경을 대비할 수 있도록 단단한 반석을 만들어 주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초경은 창피하고 감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여겨야하는 아름다운 신호라는 것 또한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그런 아름다운 신호가 가득한 '마이 리틀 레드북' - 내가 경험한 초경을 즐겁고, 짜릿하고, 아찔한 기억으로 만들어준 소중한 책이였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사랑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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