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야코비
아네테 펜트 지음, 한희진 옮김, 유타 바우어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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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일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거리에만 나가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옆이나 뒤를 돌아볼 생각은 없다는 듯이 앞만 똑바로 보고 걸어가는 사람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들, 그리고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빡빡한 하루 일과표.

그런 일상은 싫다며 과감히 소리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야코비씨다. 

아이들이 놀리며 신발을 던져버려도 그저 허허 웃고는 맨발로 땅을 느낀다. 낯선 사람과 함께 돌맹이를 관찰하기도 하고, 길에서 주운 핸드크림 역시 진지하게 손에 바른 후 소년과 함께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여유없는 사람들이 보기에 그저 바보같이 보이는 야코비씨는, 그러나 진실로 여유를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엉뚱하게만 보이는 그의 일상들이 내게 진실한 웃음을 선물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야코비씨의 소소한 일상을 하나하나씩 따라해보기로 했다. 강박증에 사로잡혀 정리한 책장을 모조리 엎어서 색깔별로 분류해보고, 분주한 역앞에 나가서 여행을 떠나는 밝고 상기된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나 역시 행복한 기분을 느껴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야코비씨가 내게 알려준 행복해지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소소한 방법들이다.

왜 야코비씨를 작은 거인이라 칭하는지 알 것 같다.
그는 결코 크지 않지만, 작고 소소한 행복을 내게 안겨주었다. 그래서 그는 작은 거인이자, 내 마음속의 큰 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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