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
비페이위 지음, 백지운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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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형제나 자매가 하나, 혹은 둘밖에 안되는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것을 떠올릴까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수많은 형제자매들로 들썩거리는 집안을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첫 번째 이야기는 장녀 '위미'로부터 시작한다. 위미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속에는 외모를 능가하는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장녀였다. 그것도 밑으로 동생들이 일곱명이나 되는. 어머니는 줄줄이 딸 일곱만 낳다가 마지막에 기적적으로 아들을 낳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일은 모두 했다는듯 기진맥진 포기하며 살림의 모든 것을 위미에게 넘긴다. 위미는 언니로서, 장녀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동생들은 챙기고 보살핀다. 위미에겐 애써 꾸미지 않은 위엄과 품위가 있었고 곧 동생들은 그녀를 따르게 된다. 그런 위미에게도 위기는 다가오는데, 아버지의 몰락과 집안의 몰락이 그것이다. 바람기 많은 아버지는 그 바람으로 인해 몰락을 재촉하고, 결국 위미의 모든 꿈을 앗아갔다. 위미는 이를 앙다물고 생각한다. 집안을 다시 일으키리라고.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양 태연하게 나이많은 남자의 재취자리로 시집가게 된다. 그 남자는 권력을 가진 간부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셋째 '위슈'의 이야기다. 위슈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과 외모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거기다 영민하기까지 해서 언니인 위미와 매번 대립하고 대치한다. 그녀는 언니 위미에게 기대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며 위태로운 일상을 이끌어나가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 교태부리는 일에 익숙한 그녀도 그런 감정은 처음이였을 것이다. 원치않는 임신과 죽음의 유혹, 그리고 뱃속의 아이를 사랑하게 된 그녀. 언니의 아이를 돌보며 그녀는 자신의 모성애를 깨닫고, 출산한 뒤 언니에게 울부짖는다. "언니, 나 좀 일으켜줘. 나, 가서 볼래. 한번 볼래. 아니면 죽어도 눈을 못감아."

세 번째 이야기는 막내 '위양'의 이야기다. 막내는 뛰어난 언니들과는 달리 아무 특징없이 밋밋한 아이였다. 그 어떤 것에도 평범하기 그지없던 아이는 공부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사범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범학교에서도 곧 평범함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도 모르는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때론 친구를 질투하고, 사랑에 실연하고, 사상에 빠져들며 그녀는 그녀만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세 가지 이야기는 각각의 자매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로 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녀들의 삶이 얽혀있듯 이야기 또한 얽혀있는 것이다. 삶은 그런 것이다. 각각 다른 이야기인듯 보이지만 세 자매의 이야기처럼 얼기설기 얽혀있는 그런 것일지 모른다. 장녀 위미부터, 막내 위양까지 그녀들은 달려드는 삶에 대항하며, 때론 순응하며 살아왔다. 위미는 자신과 집안을 위해 발버둥쳤고, 위슈는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위양은 결국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것을 배움으로서 위미의 소원을 성취시켰다. 

1970년대의 중국은 암울했다. 그 속을 통과하여 살아온 사람들은, 결국 위미나 위슈, 위양처럼 살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야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비페이위는 담담하게, 마치 귓속말을 하듯 조용히 서술해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그녀들의 삶에 이러쿵저러쿵 떠들 수 있겠는가. 다만 조용히 지켜볼 따름이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의 삶 역시 그녀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살아가기 위한 투쟁은 나 혹은 당신이 벌이는 투쟁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삶이, 눈물이, 절규가 머리속 깊이 각인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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