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바늘꽃 카르페디엠 15
질 페이턴 월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때는 1940년 가을, 독일군의 대공습으로 런던이 공격을 받던 때였다. 젊은 남자들은 군대에 입대하게 되고, 어린 아이들은 공습의 처참한 손길이 닿지 않는 시골로 모두 피신하게 된다. 빌 역시 아버지가 군대에 입대하고, 고모와 단 둘이 남게 되지만 빌의 뒷바라지를 힘겨워한 고모와 싸움 끝에 웨일스라는 시골로 멀리 떠나게 된다. 빌이 떠날때만 해도 공습이 심하지 않았고, 빌은 자신이 시골로 쫓겨나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 결국 도망치듯 빠져나와 아버지를 기다리기 위해 다시 런던으로 향한다. 하지만 빌이 알던 런던은 사라지고 없었다. 매일 이어지는 공습, 무너진 집, 생기없는 사람들속에서 빌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

이 세상에 나만 홀로 남은듯한 처참한 느낌. 혼자 떠돌다 어른들에게 붙잡히면 고아원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아가던 빌에게 천사같은 줄리를 만난 건 어쩌면 운명이였을지 모른다. 줄리의 환한 웃음으로 빌의 마음마저 환해지고 둘은 남매처럼, 친구처럼 함께하게 된다.

외로움에서 벗어난 두 아이들은 잠시나마 '자유'라는 달콤함을 맛본다. 런던의 이곳 저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쉬고 싶을때는 쉬고...그동안의 외로움을 보상받으려는 듯 둘은 함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처참한 전쟁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공습에 피해받지 않은 식당은 영업을 이어나가고, 노점은 과일이나 식료품등을 팔기도 한다. 그런 노점에서 일을 도우며 사이좋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두 아이들. 하지만 그런 자유도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대피소의 어른들은 빌와 줄리를 자꾸만 구속하려 하고, 두 아이들은 나날이 이어지는 공습에 점점 지치게 된다. 날이 갈 수록 폐허가 되는 거리, 하루밤새에 죽어나가는 사람들...그리고 보호받을 곳이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빌과 줄리.

빌과 줄리는 서로에게 보호자였을 것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그 사실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었으나 결국 전쟁의 처참함속에서 불안감은 커져갔고 더 든든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된다. 결국 두 아이는 공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줄리는 크게 다치게 되고 빌은 그게 자신의 잘못인양 괴로워하게 된다.

전쟁속엔 언제나 비참함만이 서려있다. 그리고 어른들의 전쟁으로 상처받는 건 어린아이들이다. 전쟁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자유를 찾아 마음껏 즐기는 줄리와 빌을 보며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전쟁이 지나간 폐허속에서 제일 먼저 자라는 '분홍바늘꽃' 전쟁 속에서 아이들은 상처를 받았지만 분홍바늘꽃처럼, 전쟁의 상처를 딛고 씩씩하게 자랄 것이다. 그리고 아픈 유년기의 상처는 평생을 살아갈 추억이 되어 아이들은 지탱해줄 것이다. 전쟁 속에서도 아름다운 우정이 있다는 걸, 그리고 분홍바늘꽃이 피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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