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물고기
김지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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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아둔 순간, 책 표지 왼쪽 의자에 앉아 있는, 선만으로 이뤄진 사람에게 제일 먼저 눈길이 갔다. '이 사람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신인 작가의 책을 대하면 항상 설레인다. 그 책이 좋고 나쁨을 떠나, 내게 어떤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성 작가가 보여주지 못하는 새로움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이 날 긴장시킨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읽는 내내 날 긴장시키고 기쁘게 했다.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순간도 집중을 흐트리지 않고 읽어내려갔으니 말이다.

책의 단편들엔 여러 여자들이 등장한다. 남편이 죽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다리모델을 하는 여자도 있고(사각거울),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죽도록 일하는 여자도 있으며(털), 서른 중반이 넘었으나 여전히 소녀같은 여자도 있다(초대).

그녀들은 신체의 여러가지 부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야기속엔 신체의 한 부분도 함께 부각되는데, <사각거울> 안에서는 모델일을 하는 다리, <털>에서는 자궁을 잃고 약물로 인해 온몸이 빳빳한 털로 뒤덮이고, <초대>에서는 젖이 돌아 한껏 부푼 가슴이 함께 등장한다.

흔히 사회에서 세워 놓은 여성성이라는 게 존재한다. '여자는 이래야만 한다' 라고 세워놓은 잣대에 따라,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가족에게 헌신적인지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책에서 표현하는 여성성은 조금 다르다. 흔히 '센 여자'라고 표현하는 여성 보다는, 신체의 각 부분과 함께 억압된 자아를 표출하는 여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36살이지만 아직 소녀로 불리는 여자는 303호 여자의 젖이 흐르는 가슴을 탐하고<초대>, 실면도로 생계를 이어가는 여자는 자신의 불륜 상대의 처를 손님으로 맞아들여 털을 제거하면서 그녀를 살핀다<털>.

여성의 복잡한 내면과 심리를 신체의 한 기관과 더불어 치밀하게 묘사해 낸 각각의 단편들을 읽으며 나 역시 여자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나 역시, 그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한 여성일지 모르며 동시에 은밀하게 내 자아를 표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숨죽이고 읽은 만큼, 여운 또한 길게 남는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장편 역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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