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불길하게 떠돌던 소문이 뉴스로 공식 소개됨과 동시에 또 하나의 사건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도 똑같은 벌레가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곳은 역삼동에 위치한 대형건물의 지하 주차장이었다. 수백 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대형건물이었다. 평소처럼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던 할머니는 벡스코에서 발견된 벌레와 똑같은 놈을 발견했다. 아이가 살포시 쥐어본 것과 달리 할머니는 새까만 밤톨을 누군가 군밤을 흘리고 간걸로 생각하고 구석진 곳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신발 끝에 닿는 감촉에서 유기체의 탄력이 느껴졌다고 했다. 밤톨은 주차장 벽에 세게 부딪쳤다. 이상하게 생각한 할머니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밤톨은 이미 주먹만해져 있었다. 할머니 말로는 꿈틀거리며 계속 몸집을 불렸는데 표면이 마치 파도가 치는 것 같이 심하게 출렁거렸다고 했다. 소리를 지르며 혼비백산한 할머니는 즉시 경비실에 신고했다. 달려온 경비가 본 것은 바위만큼 커진 밤톨이었다. 마치 부푼 풍선처럼 커졌는데 양옆의 차 두 대를 심하게 찌그러뜨리면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벌레의 정체는 부산의 것과 똑같았다.

빛깔과 모양이 그랬다.

다만 커지만 속도와 양상이 달랐을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지하주차장에 경찰 특공대가 들어섰을 때 벌레는 이미 덤프트럭만큼 커진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커지는 과정에서 주변의 차들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린 것을 보면 팽창하는 힘이 엄청나며 유감스럽게도 벌레에게 예절과 매너 따윈 없는 것이 분명했다.

초유의 사태에 대해 정부는 포위를 유지하며 관망하는 것 외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긴급 국가 안보회의에선 당장 제거하는 쪽으로 의견이 쏠렸지만 혹시나 모를 대형 폭발을 우려한 탓인지 경찰도 군도 선뜻 나서질 못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난 뒤 12시간이 지났다.

벌레의 크기를 관찰하는 뉴스는 30분 단위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그마저도 정부에 의해 통제되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동안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하는 야당과 일부 언론은 안전제일을 주장하는 여당과 정부를 공격했다. 어떤 경로인지는 몰라도 SNS 상에선 벌레에 대한 사진과 영상이 끊임 없이 유포되었다.

부산 벌레도, 서울 벌레도 일정한 속도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었다. 몸집을 키우는 속도는 처음보다는 많이 줄었고 변화도 완만해 졌다. 온 국민이 크게 놀란 이후로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벌레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벡스코의 벌레는 놀이터의 3분의 1을 채울 만큼 커졌다. 벌레의 표면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아직 껍질 밖으로 머리나 다리가 나올 조짐은 없었다. 어떠한 소리도 나질 않았다.

 

그야말로 숨죽인 공포가 온 나라를 뒤덮었다. 다음날 아침 한 신문사가 벌레가 나타난 시점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조사한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블로그와 트위터 등 SNS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의견을 모아서 표현한 한 문장은 그랬다.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

큰일이 터질 것 같더니만.

결국에 터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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