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사 코끼리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철사 코끼리>는 제목처럼 철사로 만든 코끼리가 나오는 창작동화책이다.
고철을 모으는 아이, 데헷은 늘 같이 다니던 코끼리 얌얌이 죽자, 슬퍼한다.
얌얌을 그리워하던 데헷은 철사로 얌얌을 꼭 닮은 코끼리를 만들어 늘 함께 다닌다.
철사코끼리가 얌얌이라고 믿었던 데헷은 어느 날, 철사 코끼리는 얌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얌얌의 겉모습만 닮은 철사 코끼리가 아니라, 얌얌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데헷은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철사라는 소재도 그렇고, 슬픔이란 분위기도 이 책은 무채색톤이 많이 쓰였다.
그렇다고 까맣기만한 건 아니고, 수묵화처럼 은은한 무채색 느낌이다.
일반적인 동화책처럼 알록달록한 색감이 아니고, 앞부분에 코끼리가 죽는다는 말이 나와, 난 아이가 이 책을 혹여 싫어할까, 받아들이기 어려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것에 거부감 없이 자주 꺼내 읽었다.
아직 나이가 어려 죽음의 의미를 잘 몰라 그런건지, 데헷이 슬픔을 이겨내고 얌얌을 추억해 가는 과정이 밝은 느낌을 주는지, 아니면 그냥 코끼리가 나와서 책이 마음에 드는 건지, 아이의 정확한 마음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가 보는 눈은 어른과 다르고, 이 책이 그리 슬픈 느낌의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글밥은 적은 편이라 3~4살 정도면 읽을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여러번 곱씹어야하는 주제를 생각한다면, 7살은 되어야 책을 진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아이에게도 책에서 처럼 소중한 존재를 잃는 일은 언제나 찾아올 수 있다. 가까운 친지가 돌아가실 수도 있고, 아끼는 반려견이 죽을 수도 있고, 혹은 친한 친구가 멀리 전학을 가버리거나 아끼는 장난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크고 작은 상실과 슬픔은 아이도 겪을 것이다.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어떻게 내 마음을 스스로 다독여야하는가에 대해, 아직 세세히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순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말미에 데헷이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얌얌을 생각했다는 것 외에 다른 글은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슬픔을 이겨내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헷을 보며, 이별 뒤에도 여전히 희망은 있고 삶은 소중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