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의 여신 - 전3권 세트
윌버 스미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고대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특히 이집트와 히타이트에 흥미를 느낀다.
비록 히타이트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책으로 쉽게 많나볼 수 없지만,
반대로 이집트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게 다가온다. 파라오, 나일강, 파라오의무덤, 스핑크스 등 친숙한 단어들이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일강의 여신' (원제 River God , 윌버 스미스) 도 손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이 책은 첫장부터 흥미롭게 독자를 나일강으로 끌어들인다. 
의술, 예술, 건축 등 어떤 분야에서든지 능통하며 지혜로워 노예같지 않은, 로스트리스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노예 타이타
나일강의 딸이자 지혜로운 여왕 로스트리스
용맹하고 강인한 장군 타누스
이 세사람을 소개하며 하마사냥을 하는 장면은,
읽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면서도 눈앞에 그려지는 생생한 묘사로 금방 빠져들 수 있게 해준다.
(번역도 참 매끄럽게 되어있어서 기분좋게 급박한 속도감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사실 '나일강의 여신'은 자칫 보면 뻔한 소설일 수 있다.
나약한 파라오, 반역을 꾀하는 재상(여기서는 태수), 충성적인 신하들, 초자연적인 신의 힘을 빌리는 강력한 파라오의 탄생, 침략하는 이웃국가, 전쟁, 뒤를 잇는 파라오의 출현 - 이집트소설이라면 빠질 수 없는 그런 소재들이다.
그래도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남다를 수 있었던 점은 화자인 타이타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단 객관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소설속에 참여하면서 이야기를 관찰하고 이끌어나간다는 점도 신선했고, 그것이 '노예'신분이라는 것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타이타의 상당한 자화자찬 - 로스트리스와 타누스를 위해 허풍을 떨거나 자신이 이집트의 최고라고 하는 점을 포함해서 - 은 읽는 동안 웃음이 나올 정도였지만, 덕분에 이 소설이 단순한 로맨스소설이 아닐 수 있게 되었다. 수술을 하는 장면이라든지 파라오의 유해가 있을 무덤 내부를 설명하는 장면, 미이라를 만들기 위해 유해를 보존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등은 다재다능하고 박식한 노예 타이타덕분에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되었다.
또한 로스트리스를 사랑하면서도 타누스와 로스트리스의 사랑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는 타이타의 노력은 보는 사람을 더욱 안타깝게 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일강에서 벌어졌던 하마 사냥을 시작으로 힉소스족의 공격 끝에 로스트리스 여왕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까지 스미스의 묘사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면서도 그리 힘들지 않은 까닭에, 나도 나일강을 타고서 책의 끝까지 힘들지않게 내려올 수 있었다.
 
이집트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재미단위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이집트 문명에 대한 경배와 찬탄은 '람세스'의 저자 크리스티앙 자크가 무색하다. 하지만 깊이는 한 급 아래. 대신 빛나는 건, 할리우드 영화로 딱이겠다 싶은 스토리와 뛰어난 시각 묘사다' 라는 중앙일보 이나리 기사의 평을 덧붙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