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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모던 컬렉션 시리즈 1
헤르만 헤세 지음, 채민정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던 책이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의 싱클레어의 내적 성장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인간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누구는 싱클레어의 성장 과정이 평범한 인간과 아주 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인생의 이런 시점, 그러니까 자기만의 삶을 찾고자 하는 요구와 주변 세계가 가장 심하게 갈등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쟁취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시점을 지나게 된다.'고 말이다. 이게 바로 소설 『데미안』이다. 그러니까 싱클레어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여도 결국 평범한 인간이며 이 소설 또한 한 인간의 내적 성장을 다루는 소설이다.
싱클레어는 인간의 인생에서 자기만의 삶을 찾고자 하는 요구와 주변 세계가 심하게 갈등하는 시점이 있다고 한다. 그 시절로부터 날아오는 향기는 싱클레어를 안락하게 감싸 안으면서도 내면의 상처를 건드린다. 싱클레어의 두 세계는 인간의 두 세계이다. 그 두 세계는 평화와 질서와 안식이 있는 집 안의 세계와 온갖 소음과 화려하면서도 음산하고 폭력적인 것들이 난무하는 집 밖의 세계이다. 또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선에 대한 동경과 악에 대한 갈망이다.
이 두 세계는 아주 가까운 곳에 나란히 존재한다. 때문에 싱클레어는 이 두 세계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편안하고 선한 세계에 있으면서 사악한 세계를 원하다가도 막상 사악한 세계에 발을 들인 후엔 또 다시 선한 세계를 갈망한다.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인간은 싱클레어가 그린 베아트리체의 상태에 놓여있다. 항상 두 세계가 공존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세상에 상처받은 사람을 보며 안타까워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세상이 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또 공익 광고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금세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두 세계를 갈등하며 괴로워하던 싱클레어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어 준 사람이 바로 데미안이다.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긴 했지만 데미안이 항상 그의 곁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헤르만 헤세는 소설 서문에 있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스스로를 해석할 수 있는 건 자기뿐이다.'라는 말을 직접 보여주듯 싱클레어를 고립 상태로 만든다. 고독한 상태에 있던 싱클레어는 꿈을 통해 완전한 성장의 끝은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만약 시중에 널려있는 수많은 성장 소설처럼 『데미안』도 싱클레어가 에바 부인의 경지에 올랐다면, 그의 성장이 완성되었다면 데미안은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읽히지 못했을 것이다. 싱클레어의 성장이 완성되기 직전에 전쟁이 터진다. 그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데미안과 함께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전한다. 소설 『데미안』의 마지막 페이지에서조차 에바 부인의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입으로 에바 부인의 말을 전해 듣고 에바 부인의 키스를 받는다. 데미안이 죽은 후 싱클레어의 모습은 완전히 데미안과 같다.
소설 『데미안』은 싱클레어를 통해 인간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누구나 싱클레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데미안과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의 이마에 '카인의 표'가 있다고 말한다. 말인 즉, '카인의 표'가 있는 인간이 싱클레어가 될 수 있다. 예측하건데, '카인의 표'란 본인을 위해 형제를 죽이고 신과 싸운 카인처럼 정해진 그대로 살지 않는, 스스로 생각하며 행동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카인의 표를 가진 싱클레어의 상태에 있는 인간은 타인의 안내 혹은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 데미안의 상태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내 에바 부인이 있는 완전한 성장의 경지를 맛볼 수는 있지만 결국 도달하지 못하고 영원히 데미안의 상태에 남아 있게 된다. 그것이 소설『데미안』이 보여주는 인간의 성장이다.
소설 『데미안』은 올해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도 책의 전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종교를 가졌다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한 번 더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며 아쉬움을 드러낼 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읽은 『데미안』은 KPI출판 그룹의 임프린트인 책 읽는 수요일에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에서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데미안 형'이라고 지칭한다. 이는 원문에서 조금 동떨어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