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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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화자가 소피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주인공이 사는 마을사람들은 성년식을 마치고 순례를 떠난다. 그런데 모두가 순례에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은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 한다. 선생님은 어른이 되면 모든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셨지만, 순례에서 돌아와 울고있는 남자를 만나 일상의 균열을 맞딱드린 주인공은 도서관의 금서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된다.

지구로 떠난 순례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내가 올라가기 위해 남을 밟아야 하는 불행을 저지르지 않아도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이냐, 나와 완전히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대신에 수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가득찬 지구라는 곳이냐. 소설 속 세계의 지구는 유전자 변형이 가능해 부유한 사람들은 질병없이 풍족하게 사는 대신, 빈곤한 이들은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가진 채 '정상적인' 사람들과는 분리되어 살아가고 있다.

진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성인식도 채 치르지 않고 편지만을 남긴채 지구로 떠난다.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주인공의 그런 결단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무언가를 알게 되거나 경험했을 때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실행하기 보다는, 맞는 지를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시간을 흘러보내는 순간이 내 인생의 전부였다.

'델피와 올리브. 분리주의에 맞서는 삶을 살다. 그녀의 사랑은 여기에 잠들고 결실은 후에 올 것이다.' 지구에 있는 올리브와 델피의 묘비이다. 그녀들은 지구에 남아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분리주의에 평생 저항했다. 그 저항은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것이었다. 주인공의 결단력은 남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다는 데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자신만을 위해 계산해서 사는 삶보다 남을 위해 곧바로 행동하는 삶이 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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