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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의 형태
홍정기 지음 / 서랍의날씨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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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홍정기 작가님의 <살인의 형태> 완독. 오영섭 형사 시리즈는 트릭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고 반대로 캐릭터는 이 트릭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독자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하게된다는 면에서 본격 미스터리라고 봅니다.
전에도 썼듯이 제 원픽이 <무구한 살의>인 이유는 아무래도 제 성향 상, 등장하는 여자아이 캐릭터가 흥미진진해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전 하우던잇보다 와이던잇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무구한 살의>의 살인동기가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마지막 결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합리적 살의> 저도 결혼 14년차를 향해 달리고 있어서인지 남편과 부인이 너무 이해가 가더라고요. 첨단 기술을 트릭으로 쓴 홍정기 작가님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냅니다. <팔각관의 비밀>에서도 첨단 기술을 트릭으로 쓰셨죠. ^^
<보이지 않는 살의>는 무속에 신비하고 무서운 책까지 섞이니 약간 오컬트 느낌도 나고 재밌었습니다. 다만 오영섭 형사 시리즈라면 오 형사의 역할이 좀 더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홍정기 작가님의 분신처럼 보이는 주인공 홍은기와 친구분이 다 해결해버리니 오 형사 캐릭터성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는 박무직 무당의 시점의 이야기가 굳이 나와야할까 궁금했습니다. 오히려 숨겨야 미스터리가 강해질 듯해요. 박무직 시점의 단서는 형사의 조사결과 안에 녹여도 충분할 듯합니다.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백색 살의>는 작가님 데뷔작인데 이번에 처음 읽어봐요. 패기가 넘치는 본격이구나 싶습니다. 오영섭 시리즈의 시작이로군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영광의 살의>는 추리소설가들이 세 명이나 등장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마지막에 갑자기 C가 등장하는 건 좀 편의적인 해결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C에 대한 복선이 앞에 나왔다면 미스터리가 더 탄탄했을 것 같습니다.
<시기의 살의>는 마지막 반전이 기가 막히네요.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부담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다시 한번 출간 축하드립니다. :-) #살의의형태 #홍정기 #서랍의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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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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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님의 <화성과 나> 완독. 운 좋게 래빗홀 2기 북클럽에 당첨되어 접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래빗홀 출판사 관계자님.) 연작소설집이지만 ’인간‘ 주인공은 매 단편마다 달라진다. 하지만 ‘화성’이 주인공이고 매 단편이 ’화성에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란 면에서 연작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배명훈 작가님은 지난 2009년 <타워> 이후로 죽 팬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추리 쪽에 집중하면서 최신 한국 SF를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배 작가님은 소설집 안에서 어깨에 힘을 많이 빼고 친근하면서도 재미있는 화성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집 부엌 아일랜드 식탁을 배경으로 찍은 이 <화성과 나> 사진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주제에 부합하는 듯하다. (심지어 ㅋㅋ 양파망도 나옴! ㅋ)

추리소설에 ‘일상 미스터리’ 계열이 있다면 이 SF는 ‘일상 SF' 계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배명훈 작가의 <화성과 나>는 <마션>이나 그동안 나왔던 수많은 화성 관련 SF와 같은 거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는 보여주지 않는다. 시시할 정도로 사소하고도 잡다한 화성의 일상을 보여준다. 심지어 <위대한 밥도둑>은 간장게장이 소재다! 너무 잘나고 뛰어난 여자친구 조안과 사귀느라 인생이 힘든 평범한 기상학자 남친의 고민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화성에서 일어난 최초의 살인사건과 정반대 성격의 희나와 지요 이야기 <붉은 행성의 방식>, 화성과 지구 사이의 거대한 궤도선 사이클러 안에서 목숨을 걸고(?) 벌어지는 독특한 러브 스토리 <행성봉쇄령>, 화성소년과 지구소녀의 엇갈린 여정 <행성 탈출 속도>, 헛것(구체적으로는 로봇)을 보는 반음이 화성 개발에 대항하는 이야기 <나의 사랑 레드벨트>까지...다채로운 6가지 화성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창한 주제나 장엄한 풍광 묘사는 없다. 그저 화성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모여 있다. 살인조차도 무덤덤한 일상의 일부요, 간장게장을 먹기 위해 꽃게를 신청해봤자 30년을 기다려야 하는 화성살이를 속속들이 그려낸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야심 없는 소박한 서사는 실제 화성에서 살아가는 듯한 실감을 느끼게 한다. 마침 이 소설집은 배 작가가 의뢰받은 ‘화성 이주 프로젝트’ 연구의 일환이자 결과물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작가는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상상해낸 화성살이를 논문과 소설이라는 두 가지 결과물로 만들어낸 것이다. 천만다행이도 우리는 논문쪽이 아니라 소설쪽을 택했다(할렐루야!).

매일 아껴가며 한편 씩 읽으니 일주일이 소요됐다. 즐거운 일주일이었다. 여러분에게도 이 낯선 즐거움을 권하고 싶다. 화성살이 일주일 어떠세요?

#배명훈 #화성과나 #연작sf소설집 #래빗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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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실제상황 vol.3 - 국제기구편 실제상황 3
경찰청 / e퍼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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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폴 홍성진 경감님 화이팅! 인터뷰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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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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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 한국의 비극을 다루고 한국인 여성 탐정이 주인공인 책이 미국의 권위 있는 미스터리상을 탈 리가 없잖아? 그래서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붉은 궁> 작가 허주은은 에드거상을 수상할 거란 기대 없이 수상소감조차 준비하지 않고 뉴욕 시상식으로 향했다. 마침내 그녀의 이름이 수상식장에크게 울려퍼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서양 역사와 서양 문화 소재가 아니라고 외면받지 않고, 한국의 이야기가 이토록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산다는 것이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붉은 궁>을 완독하면 모두 알게 된다. 이 소설이 단지 한국사극과 한류의 인기에 빚진 작품이 아니라는 걸. 허주은은 자신의 힘으로 에드가 앨런 포 상을 성취했다. 적어도 독자인 나는 그렇게 믿는다. 물론... 한류가 미국 독자와 평론단의 마음을 두들기는데 일조는 했겠지만 말이다.

허주은 작가는 한편의 매혹적이며 흡인력 강한 소설을 완성했다. 고로 배경과 소재가 한국과 내의녀라는 건 전혀 불리한 조건이 아니었다. 아마 허 작가가 쓴다면 그 어떠한 배경과 소재를 선택했더라도 재미있는 소설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붉은 궁>은 서두부터 독자를 빨아들인다. 보잘 것 없는 천민 출신의 내의녀 현이 세자빈의 호출을 받아 의원, 동료의녀와 함께 동궁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동궁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세자 저하가 아닌 늙은 내관. 그리고 세자빈은 그들에게 "세자를 진찰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늙은 내관을 진찰하면서 세자처럼 대하라니? 그제서야 그들은 세자가 실종되었고, 세자빈과 그 무리가 필사적으로 세자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세자는 어디에 있는가?

여기까지는 흔한 궁중 스릴러로 보인다. 하지만 그 세자저하가 바로 사도세자이고, 세자빈이 혜경궁 홍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러분은 18세기 영조시대의 한복판으로, 영조와 사도세자의 반목이 가장 거셌던 어느날 밤으로 뛰어들게 된다.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허 작가의 내공 덕분인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무리없이 술술 읽히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평이하고 쉬운 문장 아닌가 생각했지만, 나중에 읽고나니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작가만의 고심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잔인한 장면을 부드럽고 쉬운 문장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지나치게 날서고 장황한 문장이었다면 장면묘사가 이렇게 잘 와닿지 않았으리라. 다만 '우리 왕국'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반복되어 좀 거슬렸는데, 아무래도 한국어 번역본은 한국인 독자들이 읽으니, '조선'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가제본이라... 실제 출간본에는 어떻게 반영되었을지 모르겠다.

<붉은 궁>은 서두에 사도세자에 대한 큰 수수께끼를 던진 후 주인공 현을 통해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구조다. 전반적으로 속도감 있고 긴장감이 넘치는 소설이면서 그 안에서 다채로운 인간군상의 갈등과 사연을 수준급으로 녹여냈다. 거기에다 현과 서 종사관 사이의 로맨스까지 곁들였다. 점점 추워지는 가을날, 오락과 감동 모두를 얻을 수 있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책이다. :-) 역사 미스터리 팬인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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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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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리드비 출판사) 완독.
자그만치 622p에 육박하는 벽돌 소설이지만... 100p로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가독성과 흡인력이 뛰어난 소설. 온다 리쿠 작가님이 무려 14년간 연재했다고 하는데... 세월의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응축된 이야기의 에너지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팽팽하게 살아 있다.

이와쿠라라는 한 지역. 허주라는 배가 처음 정착한 성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특별한 캠프에 지원한 소년소녀들은 ‘변질’에 성공하면 ‘허주’라는 외해항해 우주선의 선원이 될 수 있다. 언젠가 멸망할 지구인들에게 허주 승선원이 된다는 건 대단한 명예다. 허주 승선원이 되면 인간의 감정은 옅어지고 장수하게 된다고 한다. 캠프에 참가하게 된 소녀 나치는 ‘변질’에 대해 알면 알수록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데... 독특하고 강한 향기를 풍기는 이와쿠라의 장미 냄새에 두통을 느끼던 나치는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변질이 시작되고 곧 사람의 피를 갈구하게 된다. 나치를 좋아하는 친척소년 후카시는 첫 ‘피먹임’은 꼭 자신에게 부탁해달라고 요구하고 캠프에 참여하는 동안 피먹임의 유혹에 괴로워하면서도 나치는 남의 피를 빠는 괴물이 되기 싫다는 마음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참는데... 변질에 대한 스트레스 외에도 나치를 괴롭히는 요인은 또 있다. 나치가 아직 어렸던 시절 허주 승선원이었던 엄마는 이와쿠라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고 아빠는 그날 바로 실종되었다. 나치는 과연 변질에 성공해서 허주 승선원이 되고 부모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지만 모든 판타지 소설을 부담 없이 읽는 것은 아니다. 어떤 판타지는 개연성이 없다기 보다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책장을 펴다가 중간에 덮곤 한다.
읽는 맛과 재미를 동시에 겸비한 <어리석은 장미>. 서양에서 온 뱀파이어 장르를 전통 일본 배경 위에 펼치고 거기에 SF 장르를 결합한 <어리석은 장미>는 성공적인 삼종교배였다. 읽는 내내 장대한 세계관과 스케일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이래서 온다 리쿠 온다 리쿠 하는구나.

이 책을 읽기로 한 건 전혀 어리석지 않은 선택이었다.

#어리석은장미 #온다리쿠 #리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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