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옥림 엮음 / 미래북 / 2019년 8월

시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따뜻한 '나'를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시를 읽음으로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고 하니 어쩌면 시를 대하는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제목, 김춘수님의 '꽃'이 생각나는 서정적인 움직임으로 다가오네요- 국내외 널리 알려진 시인의 시를 저자가 엄선하여 시 한편을 감상하고 난 후 저자의 해설이나 생각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어 '나'와 '저자', 그리고 '시인'의 삼박자가 어울러지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시집을 읽을 때 마음을 울리는 단 한편의 시라도 얻게 된다면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국내 시인에 관심이 많아 특히 김소월, 조병화, 도종환, 윤동주, 박목월 시인의 이름만 들어도 두근두근 감성이 살아나는 편이에요. 그 분들의 시도 좋았지만 저자의 시와 낯선 시인의 시를 읽고 나서 커다란 감동을 얻었어요. 정호승님의 '수선화에게'의 시에서 읽어보는 '외로움'과 그동안 잊혀졌던 김용택 시인의 '그 여자네집'에서의 드라마 같은 '추억', 그리고 기형도님의 시를 읽고 '입 속에 검은 입'이라는 시를 검색해 '죽음'이라는 의미도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제 읽어봐도 따뜻한 울림을 주는 시, 김춘수 님의 '꽃',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향수'의 곡조를 떠올리며 음미한 정지용님의 시를 읽으면서 박인수와 이동원이 불렀던 노래를 검색해 다시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처음 접한 시의 느낌대로, 자주 보았던 시의 느낌도- 모두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이에요.

저는 김소월님의 '개여울'이란 시가 마음에 와 닿았는데 알고보니 아이유가 부른 노래가 있더라구요. (원곡: 정미조) 하루종일 들으며 시집을 읽었던 장소의 분위기와 느낌들이 다시 살아나 소중한 기억으로 담게 되었습니다. 좋은 시란 쉽고 평이한 언어로 쓰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는 그런 아름답고도 여운이남는 좋은 시를 이 책에 가득 채워 놓았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릴케와 윤동주님의 시들도 두고두고 읽어 또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새롭게 살려보고 싶어져요- 역시, 가을에는 시!입니다^^

: 시는 마음의 본향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시를 읽어야 합니다. 시를 읽어야 마음의 본향인 인간성을 잃지 않습니다._6

개여울 _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노래 링크, 네이버TV- 개여울 '아이유')

https://tv.naver.com/v/5235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