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증인 - 40년간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약함과 참됨에 관한 이야기
윤재윤 지음 / 나무생각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년간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약함과 참됨에 관한 이야기

 

차갑고 냉정한 곳이 법정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양의 서류를 보며 사실여부를 따져야 하는 일,

누군가의 대변과 변호를 맡는 것.

또 누군가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판결을 하는 법조인은

내 눈엔 항상 냉정해보였다.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대법관의 이야기, 장애인 판사가 재판하는 이야기, 정의로운 검사 이야기, 소년부 부장판사 등 한참 법 관련 직업과 피해자, 가해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냉철하게 판단을 해야 하지만, 이면으로 따뜻한 마음도 갖고 있어야,

법 앞에 억울함이 없이 풀어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쯤이였다.

 

40년간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잊을 수 없는 증인은 너무나 궁금한 책 이였다.

 

법관으로 변호사로 40 여년 간을 살아온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

나를 위로해주고, 또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단단한 행복 이야기, 죽음을 받아들이고 완벽한 하루를 살고 있는 모리 슈워츠 교수 이야기,

친구의 사추기 소묘, 이웃과 분노와 나 자신의 분노 이야기 등

지금 평범하게 지내는 우리 이웃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또한 법정에서 가해자가 되어 또는 다시 피해자가로 재판을 한 여러 이야기가 소개가 된다.

아픈 아내를 위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택시 강도상해죄로 형이 집행된 이야기, 생활고를 비관하여 아내를 살해, 자살하려고 하는 아버지에게 딸이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이야기,

 

저자는 말한다.

p165. 유대교 철학자 아브라함 J.헤셀에 의하면 ‘정의’는 법이나 판결과 같이 곧고 정확하며 합리적인 올바름을 의미하지만, ‘

의’는 친절 박애, 관용 등 인격의 질을 의미한다. 즉 ‘의’는 정의를 넘어 연약한 자에 대한 애타는 동정을 포함한다.

눈물을 흘리는 정의가 참된 의(righteousness)다.

 

죄를 용서할 수는 없지만, 그 죄를 짓는 사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부디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 중 김수환 추기경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유명한 이야기라 아마도 많이들 알 터인데, 참으로 공감되는 말이다.

 

“내가 잘났으면 무에 그리 크게 잘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리니 내가 제일 바보처럼 살았는지도 몰라요.”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인간인데,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무시하는 일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세상 모두가 존경하는 사람도 자기를 한없이 낮추는데,

자기를 인정해 달라고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선과 악의 양면성이 있다.

삶을 걸어가다 보면 어느 쪽으로 치우칠 수 있으나,

그 길을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는 건 나의 몫이다.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생을 또 다른 방향으로 돌려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법조인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과의 마음을 담은 따뜻한 에세이다.

저자의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하겠다.

 

 

[나무생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