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부제는 <삶의 마지막 날, 내 인생에 묻는다>입니다. 책의 저자인 오자와 다케토시는 메구미 재택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20년 간 2800명 환자들의 마지막 길을 지킨 호스피스 전문의입니다. 2800명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의사..... 이 짧은 저자에 대한 소개만으로도 제게는 이 책을 펼쳐 들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내일이 없는 것만큼 절망적인 상황은 없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잃어버리는 것은 지금을 살아갈 의미를 잃게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없다면, 내집 마련을 위한 저축도, 입시나 취업을 위한 준비도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희망이 없어지고 절망만 남는 상황인 것이죠.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내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대단한 보물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많은 고민을 안고 살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매일 나누기도 합니다.
“내일 같이 밥 먹자”
“이번 주말에 야구장에 가자”
“다음 달 영화 티켓 내가 예매할게”
이렇게 내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삶의 마지막 날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엄청난 일일까요.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감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둘째, 사람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에 비로소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평생을 남과 비교하고 또는 비교당하면서 경쟁 속에서 살아가죠.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면, 대체로 “내 인생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하면서 괴로워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괴로움의 순간, 비로소 내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오자와 다케토시는 이것을 ‘삶의 버팀목’이라고 하는데요. 그것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사람일 수도, 혹은 신과 같은 절대자일 수도, 또는 대자연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즉 오늘이 인생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호스피스 전문의가 보아온 환자들의 버팀목이 대체로 돈이나 지위는 아닌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를 남겨두고 먼저 떠나는 분들은, 그분이 회사원이든 경영자든,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든 간에 자식에게 “돈을 많이 벌어라”, “지위나 명예를 얻어라”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들 한결같이 “공부는 그럭저럭해도 되니까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라”, “주변 사람들과 화목하게 잘 어울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인간관계를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병이 들면 욕망의 방식이 바뀐다고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던 사람이 “삽관이 아니라 내 입으로 다시 한번 식사를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했던 사람이 “다시 한 번 내 다리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그들에게는 정말 하고 싶은 바람이 된다는 것인데요.
사실 저는 얼마 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친구야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니?” 저는 친구가 좀 거창한 꿈을 이야기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두 가지를 말하더군요. 크리스찬인 친구는 기타를 치면서 자기 입으로 찬송가를 부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물어보자, 강변을 걷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두 가지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죽음 앞에 서면 욕망의 방식이 바뀐다는 저자의 글이 너무 쉽게 이해되었습니다.
저자가 20년 간 수많은 사람들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깨달았다는 것은 결국, 사람은 죽음의 순간에 가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사람은 스스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정작 잘 모른 채 살아왔다는 것을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알게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은 다른 인문도서들에 비해 그다지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이 갖는 강점은 바로 저자가 선택한 호스피스 전문의라는 직업과 20년의 세월 동안 축적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일 것입니다. 그 목소리는 가식적이지 않고, 삶과 죽음이라는 무겁고도 어려운 주제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편안하면서도 감동적인 울림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렵니다
“만약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