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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에디터스 컬렉션 15
메리 셸리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버니 라이트슨의 삽화가 포함된 1818년 초판 번역본
- 19세기 고딕, 과학 소설 걸작
- 과학자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만든 생명체
줄거리
- 월턴 선장과 조난당한 이방인
어제 그 이방인이 내게 이렇게 말했어.
"월턴 선장, 자네도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크나큰 불행을 겪어왔네. 한때 난 이 불행한 기억들을 내 죽음과 함께 영원히 없애기로 마음먹었네. 하지만 자네가 내 결심을 바꿔놓았네. 내가 겪은 불행을 자네에게 들려주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원한다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게."
이 소설은 북극 모험가 로버트의 여행기로 시작된다. 그는 우연히 북극에서 조난당한 한 남자 ‘프랑켄슈타인’을 만나고, 그의 옛 이야기를 기록하게 된다.
-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창조한 생명체
다양한 인생사도 인간의 감정만큼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나는 거의 2년 동안, 생명이 없는 육체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휴식도 취하지 못했고 건강마저 잃고 말았다. 절제할 수 없는 열정으로 그 목적만을 간절히 갈망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끝내자, 아름다운 꿈은 사라지고 숨 막히는 공포와 역겨움이 엄습했다. 내가 창조한 존재를 더는 참고 볼 수가 없어서 그 방에서 뛰쳐나왔다.
전도유망한 과학자였던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을 공부하던 중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연구와 실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실험에 성공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생명은 일그러진 얼굴의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 생명은 보통 인간보다 체격도 크고 힘도 강했으며 신체적으로 뛰어났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창조해낸 생명체에 혐오감을 느끼고, 그를 피해 숨게 된다.
- 다시 만난 괴물이 동생을 죽이다
그놈은 순식간에 정상에 오르더니 사라졌다.
나는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천둥은 그쳤지만 비는 계속 쏟아졌고 주위는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이제까지 잊으려고 애썼던 사건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괴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모든 과정, 내 손에 의해 탄생 한 놈이 살아서 침대 곁에 모습을 드러낸 일, 그리고 놈이 사라졌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가 처음 생명을 얻었던 밤 이후로 거의 2년이 지났다. 이번이 놈의 첫 범죄 일까? 맙소사! 나는 살육과 만행을 저지르며 기쁨을 느끼는 사악한 괴물을 세상에 풀어놓고 만 것이다. 그놈이 벌써 내동생을 죽이지 않았던가?
그가 만들어낸 괴물은 이리저리 떠돌다 한 집에 숨어들게 되고, 그 집의 사람들과 유대를 갖고 싶어 인간의 언어와 문화를 공부한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박해당하고, 창조자 프랑켄슈타인 마저 그를 거부하자 증오를 품는다.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주변 사람들에게 비극을 불러오고, 프랑켄슈타인은 복수심에 괴물을 쫓는다.
서평 및 책 리뷰
- 1818년 초판 번역본, 버니 라이트슨의 삽화
<프랑켄슈타인>은 과학 소설의 시작으로 불린다. 1818년에 익명으로 출간한 초판본과 작가 메리 셸리가 수정하여 1831년에 출간한 개정판이 있다. 문예출판사의 <프랑켄슈타인>은 그 중 1818년 초판본을 번역한 작품이다. 여기에 마블, DC 일러스트레이터 버니 라이트슨의 삽화를 삽입했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보니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접해봤을 것이다. 프랑켄슈타인=괴물의 이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다.
- 공포 괴담? 사회 비판적 소설?
피상적으로 해석하자면 <프랑켄슈타인>은 공포 괴담이다. 메리 셸리 역시 “우리 본성에 감추어진 까닭 모를 두려움을 자극해서 섬뜩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독자가 주위를 돌아보는 것조차 무서워하고, 간담이 서늘해지며, 심장 고동이 빠르게 뛰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1831년 서문에서 밝혔다.
하지만 작가의 성장 배경과 시대 상황을 결부시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메리 셸리의 부모는 급진적 정치 사상가,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 여성학자였다. 메리 셸리 역시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비평가들은 프랑켄슈타인의 가족을 가부장적인 사회로, 괴물을 그런 가부장제의 여성으로 보고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의 가족을 파괴하는 것은 사회의 지배적 가치를 전복하는 것이라고 한다.(자세한 내용은 책의 해설 부분을 읽어보면 될 것이다)
- 괴물은 정말 악한 존재였나?
나는 이렇게 해석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켄슈타인>에서의 괴물의 말과 행동이 훨씬 더 이성적으로 느껴졌다.
괴물은 자연에 기뻐하고, 행복을 느끼며, 가족과의 연대를 느끼고 싶어 인간의 문화를 공부한 순수한 존재다. 하지만 그런 괴물을 진정한 괴물로 바꾼 것은 인간들의 태도였다. 인간과는 다른 외모로 그를 배척하고 죽이려들며 혐오했다.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적 (그리고 정서적) 능력을 가졌음에도 소수자라는 이유로 그는 악마가 되었다.
“나는 당신의 아담이건만 아무런 죄도 없이 당신 때문에 기쁨에서 쫓겨나 타락한 천사가 되었소. 어디를 보든 행복뿐인데, 나만 혼자 영원히 그 행복에서 쫓겨났소. 나는 인정 많고 선량했건만,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소.”
만약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이 그를 혐오하고 피하지 않았다면, 인간 사회가 배척하지 않았다면 괴물은 가족의 비극을 불러왔을까? 마지막까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고통을 느꼈던 그의 본성은 결코 악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보는 인간과 프랑켄슈타인의 눈이 그를 악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소수자의 문제로 생각해보면 현대 사회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단순히 공포나 괴담으로 치부할 내용이 아닌,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소설. 그래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고전소설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