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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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탐미 문학의 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 7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

- 탐미주의, 페티시즘 등 독특한 문학세계를 가진 작가

슌킨 이야기

 

 


 

 

줄거리

*일부 스포 주의

 

 


 

- 첫번째 단편, 문신

 

그의 오랜 소원은 미녀의 빛나는 피부에 자신의 혼을 찔러 넣는 것이었다. 그 여자의 체질과 용모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다. 단지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피부만으로는 좀처럼 만족할 수 없었다. 에도 유곽 거리에서 이름을 떨치는 여자들을 모두 조사해봐도 그의 마음에 흡족한 정취와 분위기는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다. 아직 못 본 사람의 용모와 자태를 마음속에 그리고 동경하며 3~4년을 헛되이 보내면서도 그는 여전히 그 소원을 버리지 못했다.

 

(..)

 

소녀는 잠시 이 기피한 그림을 주시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동자가 빛나고 입술이 떨렸다. 이상하게도 그 얼굴은 점점 그림 속 여인의 얼굴을 닮아갔다. 소녀는 그곳에 감춰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 그림에는 네 마음이 비치고 있다."

세이키치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소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소녀는 창백해진 얼굴을 들고 말했다. 

"어째서 이런 무서운 걸 제게 보여주시는 겁니까?"

"이 그림 속의 여자는 바로 너다. 이 여자의 피가 네 몸속에 섞여 있을 것이다."

 

(..)

 

한 방울의 색을 넣는 것도 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늘을 찌르고 뺄 때마다 심장이 찔리는 것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늘 자국은 서서히 거대한 무당거미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고, 다시 희붐하게 날이 밝아올 무럽, 기묘한 마성의 동물은 여덟 개의 다리를 뻗어 등 전체를 덮었다.

 

 


 

 

서평 및 책 리뷰


 

- 일본 탐미 문학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사양>이 좋아 <슌킨 이야기>도 보게 되었다. 사전 정보 없이 책을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처음에는 소설을 보고 당황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 탐미 문학의 대가다. 탐미 문학이 정확히 뭔지는 나도 모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여자에 대한 찬양과 몸에 대한 집착이 있어 어떤 느낌인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작품 속 남성들은 여성에게 복종하고 헌신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라고 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의 연대기를 보니, 작가의 성장 배경과 취향이 소설에 담긴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가의 여성 편력이 단편 소설에 꽤나 영감을 주었던 것 같다.

 


 

- 다니자키 작가의 경험이 담긴 소설들

 

책에는 7개의 단편이 담겨 있다.​ 줄거리에 소개한 첫번째 단편 <문신>은 젊은 문신사가 ‘새하얀 맨발’을 가진 소녀에게 무당거미를 등에 문신해주는 내용.

​<길 위에서>는 주인공에게 사립탐정이 나오는데, 주인공과 사별한 전 부인의 관계에 대해 캐묻는다. 사별한 전 부인은 이런저런 질병을 겪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는데, 주인공이 거기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말한다.​

표제작인 <슌킨 이야기>는 주인과 하인, 스승과 제자 사이인 슌킨과 사스케 사랑 이야기. 슌킨은 아홉살때 눈이 멀었고, 그의 길잡이로 사스케가 일하게 된다. 둘은 점차 스승과 제자로,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슌킨은 사스케를 혹독하게 다룬다. 그러나 사스케의 절대적인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이 단편들은 다니자키 작가의 경험을 많이 담고 있다. <문신>에서는 다니자키의 발과 등 페티시즘, <길 위에서>는 전부인과 이혼하기 위한 과정, <슌킨 이야기>는 새 연인에 대한 사랑 등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호불호가 갈리는 소설

 

호불호가 갈리는 소설이다. 가학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절대적이고 순종적인 사랑이 주로 나오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찬미와 집착을 보인 다니자키의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내가 책을 다 읽은 것은 일본의 고전미가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배경이나 인물에서 일본 고전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고, 전반적으로 작품의 분위기에 나타난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름답고 뒤틀린 느낌이랄까.

탐미적이고 뒤틀린 문학을 보고 싶다면, 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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