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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걸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7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9년 6월
평점 :
나의 학창시절 중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꼽으라면 난 망설임 없이 고교시절을 택하겠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방황하던 그 시절을 난 참 바보같이 보낸 것 같다는 생각에 늘 아쉬웠기 때문이다.
난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갔을 때, 선생님이 미래의 꿈에 대해 그림을 그려오라는 숙제를 기억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엄마에게 물었고, 엄마는 칠판 앞에 서서 가르치는 교사의 모습을 그려주었다. 그 때 부터 난 누가 내 꿈을 물으면 교사라고 대답하였다. 이 꿈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까지 적혀있다. 나도 내가 교사를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하지만 이 꿈은 다른 더 좋은 걸 발견하지 못해 계속 이어져 온 꿈일 뿐이었다. 또 현실은 내 교사라는 꿈을 이루기에 너무 높았다. 내 성적은 교대에 가기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난 내가 교대에 갈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교사의 꿈을 가지고 공부했다.
그리고 고 3 수능 이후...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당연히 갈 수 없는 교대를 제외하니 난 내가 무슨 과를 선택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교사의 꿈을 빼고 나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것이었다. 내 인생 최초의 힘겨운 결정이었다. 내가 내 미래의 꿈을 생각하고, 현재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대학의 학과를 정하는 것.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알고 가고 싶은 학과를 결정한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난 내가 고교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여기 닌자걸스에 나오는 소녀들처럼 나만의 꿈을 갖고, 그것을 향해 힘겹게 나아가는 그런 여고생이 되고 싶다.
닌자걸스. 이 책에는 각자 개성이 강한 네 명의 여고생이 나온다.
‘엄마가 강요하는 의사가 아닌 배우가 되고 싶은 고은비’, 그러나 몸이 너무 뚱뚱해 번번이 오디션에서 퇴자를 맞는다. 하지만 절대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워나가는 나지형’,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며 미래 작가가 되어 꽃미남 배우를 캐스팅할 꿈을 꾼다.
‘키가 작은 땅꼬마 소울’, 소울은 결혼 십년 만에 태어난 소울은 부모가 너무 아기 취급해 수학여행조차 못 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좋아하며 그의 DVD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다. 또 소울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예를 들면 두발 자유 문제, 모란반이 학생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냐고 선생님께 당당하게 이야기 할 줄도 안다.
‘완벽한 미모에 부잣집 딸로 태어났지만 성적은 반에서 꼴찌인 혜지’. 혜지의 부모는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혜지를 미국으로 보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혜지는 미국에 가는 것이 두려워 은비, 지형, 소울에게 과외를 받기 시작한다.
은비, 지형, 소울, 혜지.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는 4명의 엉뚱 소녀들. 난 이 네 명의 소녀를 만나면서 고교시절에 이렇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한발씩 내딛는 그 소녀들이 너무 부러웠다. 비록 이들의 꿈이 부모의 생각과는 반대일지라도 말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주변에서 많은 이들이 반대를 하고, 넌 힘들다고 이야기하여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고뚱땡, 은비처럼 말이다. 은비는 뚱뚱한 몸매를 가져 오디션을 보러가도 번번히 연기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퇴출당하는 그런 신세이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도 강하다. 나도 처음엔 책을 읽으면서 ‘뚱뚱한 여배우라.. 꿈을 빨리 버리고 다른 길로 가는 게 좋겠다.’ 라고 마음이 좀 아프지만 그렇게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은비가 현실을 이해하고 다른 길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책의 내용 예측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점점 진행되어 가면 갈수록 이 책은 내가 예상하는 결말이 아닐 거라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더니, 결국 마지막에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은비가 연극 무대에 서면서 마무리 된다.
이 책의 은비 부모님처럼 자식들보다 먼저 태어나 좀 더 많이 살아봤다는 이유로 또, 내 사랑하는 아이가 미래에 재정적으로 여유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가 판단한 유망한 직업을 강요한다. 거기엔 부모의 못 이룬 꿈도 들어가 있을 수 있고, 부모 주변의 사람들에게 좀 더 자랑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심리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은비처럼 살아갈까? 그리고 그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만약 내가 은비였다면 난 내 꿈을 포기하고 부모가 하라는 대로 했을 그런 소심한 아이였을 텐데. 이 책의 은비는 그렇지 않아 참 다행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힘겹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는 네 명의 닌자걸스. 이들의 앞날엔 아직 더 높은 산과 많은 장애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쓰러지더라도 얼른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나가기를... 나는 진심으로 이들을 응원할 것이다.